2015년 2월 대장동 개발 사업 입찰 공고가 나오기 직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정민용(변호사) 투자사업팀장이 함께 초기 사업 자금을 빌리러 다닌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도 전에 민간 업자와 인허가권을 쥔 공기업이 사실상 동업자처럼 움직였다는 얘기다. 이들이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가 선정됐다”고 말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분석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배씨와 정민용 변호사가 초기 사업 자금을 얻으러 다닌 시기는 대장동 개발 사업 입찰 공고가 나오기 직전인 2015년 1~2월 무렵으로 추정된다. 김씨와 정 변호사는 투자자들을 접촉하면서 “수익이 나면 절반을 돌려주겠다” “화천대유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말 등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화천대유가 설립되기 이전 단계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기정사실로 하고 투자금 유치에 나선 셈이다.
실제 화천대유가 자산관리사(AMC)로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전에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음이 의심되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업 계획서 접수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성남의뜰이 선정된 일이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화천대유 측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심어둔 ‘대리인’이었다는 측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에서 근무했던 정 변호사가 1000점 만점의 평가 항목 등이 담긴 공모 지침서 작성에 관여했거나, 대장동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 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대학 과 선배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권유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유리한 조건에서 2위와 크지 않은 격차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개발 이익을 둘러싼 민간 업자들의 분쟁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초기 사업 자금을 구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정 변호사가 수십억원을 빌려줬던 주택·건설업자들과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업자들은 자금을 빌려줬을 당시 화천대유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이전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또 이들은 “어째서 공무원(정 변호사)이 민간 업자(김만배씨)를 따라다니느냐”는 점도 문제 삼았다고 한다. 민관(民官) 유착이 아니냔 것이다.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이 성공하자 김씨는 이들에게 100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안팎에선 공식적인 법인 간 거래가 아니라는 점에서 김씨가 무마용으로 막대한 대가를 건넨 것 아니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씨 변호인은 “김만배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람과 초기 사업 자금을 빌렸다는 내용은 들은 바 없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누구한테 협박당하거나 무마용으로 돈을 건넸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위례신도시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 업자 정재창씨가 천화동인 4·5호 소유주들로부터 120억원을 넘겨받았던 배경도 석연치 않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위례신도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유동규씨에게 뇌물 3억원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겠다면서 ‘대장동팀’에 돈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씨는 처음에 약속했던 돈은 150억원이라며 나머지 30억원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정씨 변호인은 “뇌물 폭로 건과는 상관없이 대장동 개발 이익 분배와 관련해서 사전에 약속했던 돈을 되돌려받기로 했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