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15일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공공병원인 서울 보라매병원을 찾아 “검사량이 늘어나면 환자가 늘고, 환자가 느는 만큼 병실도, 위중증 환자도 문제”라며 “결국은 방역 강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날 ‘코로나 비상대응 긴급 성명’을 내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즉각 강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데 이어 이틀째 방역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K방역 성과를 폄훼하지 말라”며 정부의 방역을 홍보했지만,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일부 비판하면서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세가 심각해지고 ‘K방역 심판론’까지 나오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이날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에 대해 ‘선(先)지원 후(後)정산’ 조치를 취하자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 후보는 보라매병원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개선되는가 싶다가 다시 방역이 강화되면 국민들, 그중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너무 클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강화된 방역 대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선제적으로 ‘이재명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코로나 검사를 받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평일 아침부터 검사를 받았는데 황당할 정도로 줄을 많이 섰다. 그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도 방역 책임자 중 한 명”이라며 정부의 방역 성과를 홍보했었다. 이 후보는 지난 1월 25일 페이스북에서 “일각에서 K방역 성과를 폄훼하고, 나아가 경기도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많다고 주장한다”며 “중앙 방역 당국의 훌륭한 역량과 뛰어난 지도력, 경기도를 포함한 광역 및 기초 지방정부의 적극적 협력과 노력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방역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최근 돌파 감염 사례가 다수 발생한 AZ 백신에 대해서도 3월 23일 “AZ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며 “오늘도 방역 책임자 중 한 명으로서 흔들림 없이 정부의 방역에 함께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에는 “K방역은 정부보다는 국민의 희생으로 만든 성과”라고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나. 소독약을 1개 줬나. 무슨 체온계를 하나 줬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방역 잘한다고 칭찬받는데, 방역 사실 누가 했나. 여러분이 했다”며 “다른 나라 같으면 마스크 안 사 주고 마스크 써라 하면 폭동이 난다”고 했다. 지난 13일엔 청소년 방역 패스 적용 논란과 관련, “발표 과정에서 ‘왜 청소년 접종이 필요한지’ 과학적인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 백신을 맞은 소아·청소년에게 이상 반응이 생길 경우 국가가 책임지는 ‘백신 이상반응 국가 완전 책임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최근 ‘K방역 심판론’이 나오는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평가는 한 달 전과 비교해 긍정 평가(57%→44%)는 줄고 부정 평가(32%→47%)가 급증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K방역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 나름의 대책을 고민하고 내놓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