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인 경기도 성남시장 선거가 전국구급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재선 성남시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정치적 고향이란 상징성이 있을 뿐 아니라, 지난 대선 최대 이슈였던 ‘대장동 의혹’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누가 성남시의 수장이 되느냐에 따라 ‘대장동 의혹’의 재점화 여부가 결정되고, 이재명 전 지사의 향후 정치 진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 전 지사 측근 현역 의원의 출마를 추진하며 성남에서 “절대 사수”를 외치고 있고, 국민의힘은 “총력 탈환”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사업부지 전경./뉴시스

민주당 내에서는 친명(親明·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성남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국민의힘이 성남시를 장악하면 대장동 관련 자료나 증언이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이 전 지사가 포토라인에 서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두고두고 이 전 지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민주당이 과거 3차례 성남 지역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현재 상황이 유리한 것은 아니란 평가다. 우선 민주당 소속 은수미 시장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여론이 좋지 않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는 성남에서 이 전 지사가 30만8047표(48.22%), 윤석열 당선인이 30만7972표(48.21%)를 각각 얻었다. 이 전 지사의 ‘정치적 고향’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불과 75표(0.01%포인트) 차로 이긴 것이다.

이 때문에 당 내에선 이 전 지사의 측근 그룹 ‘7인회’ 멤버이면서 성남 분당을 지역 현역인 재선의 김병욱 의원 차출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6일 “은 시장이 재임 기간 내내 각종 구설에 시달리고 수사까지 받으면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성남 민심을 잘 아는 사람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주변에서 출마를 강하게 권유받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성남 탈환’을 외치고 있다. 최근 실시한 지역 언론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후보들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신상진 전 의원과 김민수 분당을 당협위원장, 장영하 변호사, 이기인 성남시의원 등 6명이 현재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했다는 점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신 전 의원은 수시로 “과거 이 전 지사와 동지였기 때문에 좌파 정치인들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하 변호사는 이 전 지사의 ‘형수욕설’ 등 가정사와 관계된 책 ‘굿바이 이재명’을 써 인지도를 높였고 최근까지도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대장동 저격수로 활동하다 ‘지사님한테 개기다 끌려간다’는 협박성 문자를 받은 것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성남시장 선거는 대선에 이은 ‘대장동 의혹 2라운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병욱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전략공천되면 김 의원의 분당을 지역구에서 치러질 보궐선거에 이 전 지사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 전 지사의 거주지도 분당을 지역이다. 이 전 지사가 직접 바람을 일으켜 성남 선거에서 이겨 정치 재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 전 지사의 분당을 지역 득표율은 윤 당선인보다 16%포인트 이상 낮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지사가 직접 보궐선거를 뛰면 전체 선거 판세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자칫 낙선할 경우 치명적인 정치적 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전 지사 출마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장 선거뿐 아니라 전국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가 한 묶음으로 엮이면서 수도권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일 이 전 지사가 뛰어들 경우 우리도 ‘대장동 저격수’를 자임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 혹은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거물을 분당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사실상 미니 대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