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 장관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법무부 인사 검증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전·현직 법무장관이 맞붙은 것이다.
두 사람은 질의 시작부터 기 싸움을 벌였다. 박 의원은 한 장관에게 “조세법률주의 아느냐” “죄형법정주의를 아시냐” 등 기본적 헌법 원칙에 대해 물었다. 법무부가 대법관,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인사 검증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시작하려는 의도였다. 한 장관은 “말씀해주시면 듣겠습니다”라며 즉답을 피했고, 박 의원은 “모르십니까” “몰라요?”라며 몰아붙였다. 그러자 한 장관은 “너무 기본적인 말씀을 하시는 것이니까요”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무례하다” “태도가 뭐냐”는 고성이 나왔고, 박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20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의원은 법무부가 대법관, 국무총리 등을 인사 검증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한동훈 장관 마음에 들면 검증 안 하고 마음에 들면 검증하는 것이냐”고 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 의원님께서 근무하셨던 민정수석실은 어떤 근거로 명부를 전부 대놓고 검증을 하셨느냐”며 “제가 이 일을 하는 게 잘못이라면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 검증 업무 모두 위법”이라고 맞받았다. 박 의원이 노무현 청와대 민정실에서 일했던 사실을 들며 역공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잘했다”며 박수를 쳤다.
박 의원은 한 장관에게 검찰총장 공석 문제를 지적하며 “대검 검사급, 고검 검사급, 평검사 전부 한 장관이 다 해버렸는데, 이런 전례가 있냐”고 했다. 한 장관이 “과거 의원님이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하고 인사를 하신 걸로 기억한다”고 반박하자, 박 의원은 “택도 없는 말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장관도 “검찰의 인사 의견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반영했다고 확신한다. 검찰에 물어봐도 이번 인사처럼 확실하게 검찰의 의견을 반영한 전례가 없다고 말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박수를 쳤다.
이날 박 의원이 ‘한동훈 저격수’로 나선 것은 민주당이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김남국·최강욱 의원의 ‘이모’ ‘3M’ 발언으로 망신을 당한 것을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선 박 의원 외에도 박주민·고민정·이해식·임호선·김병주 의원이 대정부질문에 나섰지만, 한 장관을 집중적으로 몰아붙이진 않았다. 박주민 의원은 마지막 질의 순서에 한 장관을 불러내 “주의해 달라”는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 의원은 한 장관에게 질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