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시정 연설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대통령의 시정 연설을 거부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정국이 얼어붙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기 전까지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 시위를 벌이고,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한 뒤엔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채 침묵 시위로 대응할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입법과 예산안 심사를 하는 국회에는 여당 뿐 아니라 야당도 있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국제외교현장에서 국회를 ‘이XX’ 등 라고 표현했고,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를 우리 야당을 향한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소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로 오기 전 그간의 막말과 정쟁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고 매듭짓길 기대했다”고 했다. 대통령의 막말 논란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은 우리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과거 국무총리가 대통령 대신 연설을 낭독할 때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사례는 있지만, 대통령 취임 첫해에,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연설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야당이 이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민주당도 2개월 전 합의한 의사 일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과거 국민의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반대했던 사례를 들며 “오늘 우리는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대통령 연설을 직접 방해하는 행위보다는 더 엄중하면서도 더 절제된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충분히 표출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날 이재명 당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우리는 맞서 싸울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 이렇게 선언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검찰의 민주당 당사 압수수색을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 포고다. 정치 도의와 국민 기대를 저버린것에 대해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