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거야(巨野)의 포퓰리즘 입법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농민들을 타깃으로 한 양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 인상’,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 모든 계층과 연령대를 겨냥한 ‘현금 살포’ 입법전에 나선 것이다. 지금 추진하는 정책으로만 매년 16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일단 시행되면 철회도 어려워 시간이 지날수록 청구서 액수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3.03.23 이덕훈 기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농촌을 보호하고 식량 안보를 지켜낼 방안”이라고 했다. 양곡관리법은 매년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기초연금을 지금보다 10만원 높인 월 40만원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윤석열 정부 말 기준 연 10조원이 추가로 든다. 65세 이상에게 주는 기초연금 예산은 문재인 정부 때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를 위해 투입된 재정도 2017년 10조6000억원에서 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20조원으로 증가했다. 이를 다시 40만원으로 올리면 2030년에는 52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구직·실업자에 대해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 주는 법안 역시 여당의 반대에도 국회 교육위 통과가 유력하다. 민주당은 문재인 케어 유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건보 기금에 정부 재정 투입을 의무화하고 지원액을 인상하는 법안도 제출해 놓고 있다. 이 경우 연 5조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

하지만 야당의 포퓰리즘 정책에는 여당 역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연금 개혁과 병행한다는 전제로 기초연금을 월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13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가덕도신공항 등도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져 관련 법과 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국회 기재위 관계자는 “이렇게 뿌린 돈은 국가 채무 급증으로 이어지고 결국 현 2030세대에게 청구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