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와 신년 대담 사전 녹화를 하고 있다. 녹화된 대담은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라는 제목으로 7일 오후 10시부터 100분간 방영됐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방영된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사과는 하지 않은 데 대해 야권이 혹평을 쏟아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며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가 어렵다’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단호하게 처신하겠다’는 말이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이냐”고 논평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변명으로 성난 국민을 납득시키겠다는 생각이야말로 대통령의 오만”이라며 “윤 대통령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책임 회피를 위한 ‘몰카 공작’ ‘정치 공작’ 주장에 대통령이 동참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께 용서를 구할 길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은 “대통령이라면 오랜만에 국민께 드릴 말이 90분이 모자라야 하는데, 90분 채우기도 버거워 보였다”며 “지도자로서의 정치적 식견과 비전, 책임감은 눈을 뜨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 여사 디올 백 수수 관련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며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결국 정 많은 김 여사가 당한 거라는 신파극을 늘어놓으려고 3일 전에 녹화해서 평일 10시에 방송을 한 것이냐”고 했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KBS가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사건’을 ‘신분이 불명확한 사람이 사저에 들어가 파우치를 놓고 온 사건’으로 포장한 노력에 눈물이 난다”며 “박민 KBS 사장이 ‘열일’한다”고 비꼬았다.

이기인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명품 백을 명품 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 악물고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표현하는 사회자의 모습이 애처롭다”며 “’성의를 거절하지 못해 생긴 일’로 축소하고자 하는 몸부림에 왜 부끄러움은 늘 국민의 몫인지 개탄하게 된다”고 논평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누구도 영부인의 명품 백 수수가 ‘호의를 거절하지 못한 미진한 박절’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일말의 성찰이었다. 그 한마디면 되었다.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이후에도 국민이 아닌 국민통합위원장에게 했던 그 사과를 국민들은 이렇게 듣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어 스테핑 중단 이후 처음 펼쳐진 대통령의 공식 대담은 일말의 책임의식도 성찰도 없던 ‘봉창 60분’이었다”고 했다.

김효은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KBS 대담은 돈은 많이 쓰고 흥행에 참패한, 지루한 90분짜리 영화 한 편”이라며 “오늘 대담의 목적은 딱 하나였다.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진실은 몰카이자 정치 공작이고, 사람을 박대하지 못한 김 여사의 성정 때문이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KBS가 김 여사가 받은 명품 백을 파우치로 축소하는 데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이어 “이 억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KBS와 대통령실의 ‘장군멍군’이 환상적이었다. (KBS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느냐’ ‘정치 공작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여당 평가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구구절절 변명하는 데 시간을 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