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해 지난 20일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 “사법부의 모든 재판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법부가 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벌어지자,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은 20일 오전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서울서부지법에서 집단적으로 일어난 폭력적인 무단 침입과 기물 파손, 법관에 대한 협박 등의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헌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천 처장은 23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대법관 회의에서 반성의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천 처장은 처음에는 “(서부지법 난동은) 법치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용납할 수 없는 불법행위라는 데에서 (대법관들이) 큰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또 이런 사태가 왜 일어난 것인지를 두고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모든 정치 현상이 지나치게 법정으로 들어오고, 그로 인해서 ‘정치의 사법화’ 이야기가 나오고, 그 부작용으로 사법도 정치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와 우려, 지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사법의 정치화’ 가능성)이 건강한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천 처장이 당시 회의에서 나온 ‘사법부 반성’ 이야기의 핵심적인 부분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회의에서 “사법부의 모든 재판이 과연 신속하고 공정하게, 형평성에 문제가 없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국민이 불편해하고 신뢰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 사법부가 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이 말을 한 사람이 천 처장 본인이었지 않느냐고 물었고, 천 처장은 “그렇다”고 동의했다. 천 처장은 “그와 같은 (사법부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하는 국민이 상당수 있다는 점은 저희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대화 전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이번에 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대해 충격이 크시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예, 너무나 큽니다.

이만희 의원: 지난번에 대법관 회의가 있었는데,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시면서, 사법부에 대한 반성의 이야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천대엽 처장: 주된 취지는, 법치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용납할 수 없는 불법행위라는 데에서 큰 우려를 나타내었습니다. 동시에 또한 나왔던 이야기는, 이참에 우리가, 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와 관련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모든 정치 현상이 지나치게 사법에, 법정에 들어오고, 그로 인해 정치의 사법화 이야기가 나오고, 그 부작용으로 인해서 마치 사법도 정치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와 때로는 우려와 지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결코 우리 건강한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그런 이야기가 나왔고, 덧붙여서, 사실은 전체 형사사법 절차의 극히 일부고 초입에 불과한 영장 재판이라고 하는 부분, 이 부분이 마치 전체

이만희 의원: 처장님, 핵심적인 부분은 말 안 하고 계신데요. 좀 말씀해주시죠. 국민을 상대로 해서 하시는 말씀인데.

천대엽 처장: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영장 재판이 마치 형사재판의 전부인 것처럼 국민들이 오해함으로써 그 후에 이뤄지는 적부심 재판이라든지

이만희 의원: 본인 입으로는 말씀 안 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법사위에서 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국민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반성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사법의 모든 재판이 과연 신속, 공정, 형평성에 문제가 없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불편해하고 신뢰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 사법부가 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 맞습니까?

천대엽 처장: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그와 같은 오해가 일부라도 있으면 저희가 항상 성찰하고 되돌아봐야 한다, 이런 취지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제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만희 의원: 본인이 하신 말씀이에요, 이게.

천대엽 처장: 예,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이만희 의원: 저는 우리 법치주의의 핵심이 절차적 정당성, 무결성, 또 사법부의 권위는, 아까 가인(街人) 김병로(1888~1964·초대 대법원장) 선생 이야기도 많이 하셨습니다만, 절대적인 국민의 신뢰에 바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천대엽 처장: 그렇습니다.

이만희 의원: 처장님, 어떻습니까? 참 많이 유감스럽긴 하지만, 많은 국민에게 법적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다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대엽 처장: 그와 같은 인식을 하는 국민이 상당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희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이만희 의원: 그건 왜 그렇습니까?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천대엽 처장: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우리 사법 제도 전반에 대해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리 개별 재판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어지더라도 받아들이는 국민 입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우리가 돌아볼

이만희 의원: 제가 말씀드릴게요. 내란죄 수사권 없는 공수처 수사, ‘판사 쇼핑’ 논란 초래한 서부지법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초법적 단서를 단 체포영장의 발부, 체포영장의 불법적 집행 과정, 이런 것들이 국민들의 시각에는 법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인식하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대엽 처장: 송구한 말씀이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저희는 법적인 절차, 사법 절차 내에서 법적인 공방으로서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고, 거기에 대한 불복이 있으면 다시 본안이나 1심, 2심, 3심을 거쳐서 이뤄져야 하고, 그에 대한 전 과정을 법치를 존중하는 취지에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만희 의원: 알겠습니다. 어쨌든 많은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불구속하고, 노골적인 재판 지연에 대해서도 한없이 관대합니다, 법원은. 연금 상태나 다름없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단 열다섯 자로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국민들께서는 불공정하다고 느끼시는 겁니다.

천대엽 처장: 예, 모든 재판을 신속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저희가 유념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