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가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재판관 9명 가운데 1명이 빠진 8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헌재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파면되는데, 야권에선 민주당이 추천한 마 후보자가 재판관에 임명되면 탄핵 기각 등 ‘돌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여당은 ‘정치 편향 논란’이 있는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탄핵 심판이 더 큰 사회적 논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 기소, 구속 등을 놓고 절차 논란이 계속되면서 여당 지지자 사이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을 진보 성향으로 분류한다. 김형두·김복형·정정미 재판관은 중도,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진보 성향인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진보 4, 중도 3, 보수 2 구도가 되는 셈이다.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 보류 사건에 대해 서두르는 이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다. 다만, 헌재는 그간 빠른 재판 진행을 위해 조속히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된 ‘완전체’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9인 체제를 완성해 탄핵 심판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조직 논리에 빠져 마 후보자 임명을 서두르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의견은 12·3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2주 조사에서 21%였지만 1월 4주 조사에선 36%로 증가했다.
여권 관계자는 “공수처 수사에 이어 헌재까지 서둘러 대통령을 쫓아내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높다”며 “마은혁 후보자 문제 역시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이려 임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가 과거 판사 시절 국회의사당을 폭력 점거한 민노당 보좌진 등에 대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점 등을 거론하며 재판관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마 후보자의 경우 여야 합의라는 전통이 묵살된 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천했고, 재판관 임기(6년)를 감안하면 헌재 지형에 장기간 영향을 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위헌적인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하더라도, 최상목 대행은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택적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단호한 (헌재) 판결로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절차가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며 최상목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