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변전소에서 열린 전력망 확충을 위한 현장시찰에 앞서 안철수 의원의 안전모를 씌워주고 있다./뉴시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5일 경기도 평택 고덕변전소를 찾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 등 에너지 3법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망을 확충하기 위해 에너지 3법 입법화 드라이브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4대 그룹 관계자들을 초청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新)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공방에 몰두했던 여야 지도부가 정책 경쟁에 나선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고덕변전소를 둘러본 뒤 “(야당이) 전력망 특별법에 협조를 안 하고 발목을 잡는 건 의지가 없다고 볼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며 “반도체특별법과 더불어 에너지 3법(전력망 특별법, 고준위방폐장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에 합의해 빨리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덕변전소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등 평택 고덕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곳이다. 국민의힘이 고덕변전소를 찾아 에너지 3법 입법을 강조한 것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AI·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권 위원장은 “전력 없이 AI 혁명은 없다”며 “충분한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열어갈 미래 산업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에너지 3법 가운데 전력망 특별법부터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AI·반도체 산업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지난해 송·변전 건설 사업 106건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68%인 72건 달성에 그쳤다. 이런 전력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변전소 설치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변전소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보상 방안 등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전력망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방폐장법은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전력망 특별법과 방폐장법은 여야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다른 법안 처리와 일부 연동돼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해상풍력특별법 입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을 대폭 단축시키는 내용으로 여야가 큰 이견은 없으나 지역 어민 반발 등으로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김원준(왼쪽 둘째)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 송경열(왼쪽 셋째) SK경제경영연구소장 등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춘 통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남강호 기자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이날 삼성, SK, LG, 현대차그룹 경영 연구소장을 초청해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 기업의 고민을 듣는다’는 이름의 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들어 각종 규제 완화 등 친기업 발언을 내놓은 이 대표가 연일 기업 지원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일선 기업인,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정치를 하는 입장에선 최근 급변하는 국제 상황이 사실은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격랑의 국제 정세 속에 안전히 생존하고 번영해 나가는 데 우리 모두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표는 “과거 중진국 입장에서 산업 발전을 기획할 때는 정치나 전문 관료들의 실력이 충분해 정부 주도로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이제는 민간의 역량이 정부 역량을 뛰어넘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정치권과 행정 관료들의 역량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어떻게 정치와 행정에 반영해 실질화할 것인지 고민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저희는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며 “최대한 경청하고 메모해 정책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래픽=이철원

민주당은 이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에너지 전환과 전력 사업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에너지 개혁이 약화하면 산업 경쟁력이 약화한다”며 “에너지 전환과 전력 산업 개혁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