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더불어민주당 대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기업 세제 지원과 같은 친기업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분배’ 정의를 강조해 왔는데 저성장과 내수 부진에 빠진 경제를 살리려면 ‘성장’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대표는 23일 정부·여당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내놓은 상속세 최고세율 완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초부자 감세”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가 성장을 해야 일자리도 생기고 노동자들의 삶도 개선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에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찾아 “국내 생산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세제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AI 투자·개발 예산 확대’ ‘K 방위산업 전폭 지원’ 등도 약속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K칩스법’도 국민의힘과 큰 이견 없이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재계에서 ‘반(反)기업적’이라고 평가하는 정책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뒤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가 파업 등을 하다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재계에선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반발하지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고소득 연구직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정부·여당과 업계 주장에는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엔 상속세 부과 기준을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완화하는 안을 제안하면서도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정부·여당안은 ‘초부자 감세’라고 반대하고 있다. 현행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60%까지 부과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들은 이런 고율 상속세가 가업 승계를 포기하게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아직도 초부자 감세에 미련이 있느냐”라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인생 자체가 사기이고 범죄인 이 대표의 무례한 공개 질의에는 답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일부 친기업 정책을 제안하면서 기업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일부 정책과 관련해 ‘반노동’ ‘초부자’ 프레임을 제기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극우로 몰고 가려는 의도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