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할 것을 촉구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할 것을 촉구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이끌어내고자 마 후보자 임명 총력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 대행에게 엄중히 요구한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라”고 했다. 우 의장은 “(마 후보자를) 언제 임명할 것인지, 즉시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면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께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 대행을 “‘위헌·위법의 대명사’인 최상목 부총리”라고 부르며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을 무시한 채 마 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내란범 윤석열에게 보은하려고 헌재 결정조차 무시·배제하고 있는 최상목”이라고 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최 대행은 작년 12월 31일 국회에서 선출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마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이에 우원식 의장은 최 대행이 국회의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지난달 27일 마 후보자 임명 보류는 위법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최 대행은 숙고가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헌재는 재판관 정원 9인에 1명이 모자란 ‘8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치고 재판관 평의(評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최 대행 압박에 나선 것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석방된 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심리를 진행해 온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민주당이 자기들이 추천한 마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 심리에 참여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헌재 결정 장담 못 해“… 馬 임명 않는 崔에 ’30번째 탄핵' 거론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작년 말 자기들이 추천해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자 빨리 임명하라고 촉구해 왔다. 다만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에 관련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았고, 민주당은 경제·민생 의제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선 “마 후보자가 없더라도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될 것”이란 분위기도 흘렀다. 그랬던 민주당이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최 대행을 향해 현 정부 출범 후 30번째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고 나왔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총력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헌재는 작년 12월 31일 최 대행이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한 뒤로 재판관 정원(9명)에서 1명이 모자란 8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해 왔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하고 결정 선고를 위한 막바지 재판관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 후보자가 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변론 재개 등 탄핵 심판 심리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이 그동안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면서도 최 대행에 대한 전면 압박전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런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8인 재판관 체제에서도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신속한 ‘탄핵 인용’ 결정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지난 8일 석방되면서 민주당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과 관련한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법원 결정이 헌재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법원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탄핵 인용 정족수(재판관 6인 이상 찬성)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야권에선 “탄핵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마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 심판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李, 비명계와 함께 ‘구호’ -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 설치한 천막 농성장에서 ‘국난 극복을 위한 시국 간담회’를 열고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명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남강호 기자

우원식 의장이 12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상목 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관련 있는 것 같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이유와 관련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을 무시하는 행위가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가 재판관 정원에서 1명이 모자란 8인 체제에서 결정을 내린다면, 탄핵 인용 또는 기각·각하 등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탄핵 찬반 세력 한쪽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도 재판관 8인 체제로 결정을 선고한 점 등을 들어 “사건 심리에 참여하지 않은 마 후보자를 막판에 임명해 결정에 개입시키려는 게 오히려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서울 광화문 인근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하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인간 띠 잇기’ 행사도 하겠다고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삭발하거나 단식에도 들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광화문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비명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대로 탄핵이 기각되고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최상목 대행이 마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소추 가능성도 거론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파면 문제와 관련해 “무슨 방법이 있을까. 최상목 탄핵뿐”이라고 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 대행은 국정 혼란 증폭자로서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 대행은 “(야당이 탄핵소추한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