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스라엘 석학이자 역사가 유발 하라리 전 히브리대 교수와 만나 ‘K 엔비디아’ 관련 논의를 22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하라리 교수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100분간 일대일 대담을 나눴다. 이 대표와 유발 하라리 작가의 대담은 이 대표가 대선을 앞뒀던 2021년 화상 토론 이후 4년 만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대담에서 최근 제안한 ‘K 엔비디아 지분 공유’ 제안을 언급하며 “얼마 전 ‘인공지능 기업에 국부 펀드로 투자해 지분 상당 부분을 확보하고 이익을 나누는 게 어떠냐’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기술 개발 능력이 있는 거대 기업이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제지할 수도 없고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저항이 심하다”고 했다. 또 “산업에 대한 공공의 투자 참여를 하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가 공산주의자라고 공격을 많이 받았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다.
이에 대해 유발 하라리 교수는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국부펀드 등을 활용해 정부가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봤을 때 정부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또 인공지능 시대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눴다. 이 대표는 “기술 발전의 성과를 특정 부류가 독점하며 결국 더 나쁜 세상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에 하라리 교수는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쌓여야 AI를 제어할 수 있다”면서 “다만 나라 간, 서로 간 신뢰가 깨지고 있고 벽을 쌓고 이민자들을 못 들어오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AI는 사악하지 않다. 제대로만 사용하면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 될 수 있다”며 “책임 있는 방식으로, 어떻게 사회를 통합될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하라리 교수는 “큰 기업이나 재벌은 ‘우리 방식대로 한다’며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혁명 당시 기업들은 아동 노동력을 착취했다. 아마 대표께서도 경험해 보셨을 것”이라며 “아동 노동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거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나라 측면에서 맞다. 그래서 정부가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아무도 미래에 일자리 시장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굉장히 불안정하고 유동적일 것”이라며 “AI 혁명은 한번에 끝날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는 점점 더 커지고,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게 재활하고 재훈련하는 비용, 또 금전적 지원만이 아닌 심리적 지원, 정신 보건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AI 규제와 관련해 특히 ‘위조 인간’ 문제를 강조한 하라리 교수의 말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인간)인 줄 알았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