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으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했다는 등 사유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는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 때도 핵심 사유였지만, 이날 헌재는 다수의 의견으로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최 부총리 탄핵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헌재의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이 주도해 헌재로 넘어간 탄핵안 13건 중 결정이 내려진 9건은 모두 기각됐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는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헌재의 한 대행 탄핵 기각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상설 특검 추천 의뢰를 하지 않는 것은 위헌·위법한 행위라고 판시한 것”이라며 “최상목 부총리의 위헌·위법 행위는 명백하게 확인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12·3 비상계엄 선포 묵인 또는 방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미임명, 내란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미의뢰 등을 소추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최 부총리 탄핵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굳이 탄핵소추를 해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실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부총리 직무를 정지시키는 데 대한 중도층 이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민주당 일각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최 부총리 탄핵소추 방침을 고수하자 정치권에선 “기각 여부와 관계없이 직무를 정지시키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날 헌재의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으로 볼 때 최 부총리를 탄핵소추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총리와 최 부총리의 탄핵소추 사유가 대동소이해 헌재가 최 부총리 소추 사유 일부에 대해 위헌·위법성을 인정한다 해도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법부가 다시 한번 브레이크를 건 만큼, 이제라도 야당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 무모한 도전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최 부총리 탄핵소추를 밀어붙인다고 해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 일정에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탄핵소추안은 발의 후 첫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현재까지 확정된 의사 일정에 따르면, 본회의는 오는 27일에 잡혀 있다.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치려면 우 의장이 추가로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우 의장은 최 부총리 탄핵소추에 현재로선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우 의장도 최 부총리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는 탄핵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선고일도 아직 지정되지 않는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고 했다. 탄핵소추안이 27일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잡히지 않으면 탄핵안은 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