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을 기각한 지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한 총리 파면론을 거론하고 나왔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하자마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면서 ‘재탄핵’ 가능성을 꺼내 든 것이다. 민주당은 마찬가지로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있으면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서울 광화문 천막 당사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한 총리가 즉시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최상목 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위헌 판단이 나온 지 26일째”라며 “파면되지 않았다고 위법 사유가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했다. 헌재가 전날 한 대행 탄핵을 기각하긴 했지만,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또다시 탄핵소추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한 대행은 작년 12월 26일 국회가 선출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 즉시 임명하겠다”면서 임명을 보류했고, 이에 민주당은 그 이튿날 한 대행을 탄핵소추했다. 그런데 헌재는 그로부터 87일 만인 지난 24일 다수 의견으로 ‘파면 사유가 없다’고 결정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 거부를 이유로 최 부총리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이어, 한 대행에 대해서도 탄핵소추 가능성을 내비치자 탄핵 제도를 정치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헌재는 재판관 미임명이) 위헌과 위법이 명백하지만 국민 신임을 배신할 정도의 장기간은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했다. 한 대행의 경우 작년 12월 26일 국회가 헌법재판관 3명을 선출한 지 하루 만에 탄핵소추돼 헌재에서 파면 사유로 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흐른 만큼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가 재판관 임명 보류가 탄핵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다수 의견과, ‘즉시 임명’할 의무가 없어 문제가 없다는 견해 등을 통해 한 대행 탄핵을 기각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시 탄핵소추해도 헌재는 전과 같은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한 대행이나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라 ‘여야가 합의하면 임명하겠다’는 식이었기 때문에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헌재가 원칙을 깨고 선고 일자를 미뤄온 과정에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헌재가 예고한 심리 일정에 따라 아무리 늦어도 3월 14일 이전에는 윤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리라 확신했던 모든 예측이 어긋났다. 갑자기 모두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직 이재명만 죽이면 된다는 내란 세력의 작전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를 앞둔 민주당이 초조함에 빠져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헌재의 한 대행 탄핵 기각 결정에 이어 26일 예정된 서울고법의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에 대한 부담 때문에 헌재를 압박하고 나온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만약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1심 형량(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거나, 감형되더라도 벌금 100만원 이상형을 선고받고 이것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잃어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