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전날에 이어 이틀째 경북 지역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았다. 28일엔 천안함·연평해전 전사자를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다. 공직선거법 사건 2심 무죄 선고로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어낸 이 대표가 ‘민생’과 ‘안보’를 내세우며 수권(受權) 역량을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은 “국민투표로 윤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패싱론까지 주장하며 전면적인 헌재 압박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군, 청송군을 방문해 피해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그는 산불로 전소된 의성군의 고운사를 찾아 “피해를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산불 현장 인근에서 이 대표는 한 남성이 휘두른 겉옷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서해 수호의 날’ 추모식 참석은 민주당이 천안함 폭침 등 안보 이슈를 외면한다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헌재 압박 등 강공은 다른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이 맡았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헌재를 향해 “윤석열의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돼 사회적 혼란과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일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며 “국민이 계속 인내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정형식, 조한창, 김복형 재판관은 실명 저격으로 몰아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열린 광화문 천막 당사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민주당 일각에선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선고를 하거나, 선고 자체가 미뤄지는 상황을 대비해 국민투표로 윤 대통령 파면을 밀어붙이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까지 탄핵 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기 대선이 물 건너갈 수도 있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은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개헌을 통해 국민투표로 (윤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헌재 선고를 ‘패싱’하고, 국회가 윤 대통령 임기 단축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내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주장이다.

개헌 정족수는 200석이라, 야당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이 이탈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용민 원내정책수석은 “국민의힘이 오케이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그거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얘기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 권력 분산제 등 개헌과 관련한 다양한 정치 개혁 의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야권이 현실적으로 개헌론을 꺼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인사들은 ‘국무위원 무더기 탄핵’을 통해 사실상 정부를 무력화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김 원내정책수석은 “구성원의 과반수 이하가 되면 국무회의 개의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김어준씨는 “그렇게 되면 내란 특검법, 명태균 특검법 등은 거부권 행사가 안 되고 15일 뒤 국회의장이 법률안 선포를 하게 된다”고 했다. 국무위원 줄탄핵소추로 국무회의를 못 열면, 법안 공포나 재의 요구가 불가능해 법안은 법률로 자동 확정된다는 것이 민주당 주장이다. 확정 법률이 정부에 이송되고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이를 공포하게 돼 있다. 정부를 붕괴시키고 민주당과 민주당 출신 우원식 의장이 사실상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선고가 지연될수록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헌법재판관들께서 최대한 신속하게 탄핵심판 선고를 내려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