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내란 종식’이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하면서,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 인사들을 겨냥한 강력한 수사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이 수사 기관을 오가는 모습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내건 내란 종식은, 정치 보복과 사정 광풍으로 나라를 뒤집었던 문재인 정권 적폐 청산 시즌 2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을 요구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정 안정을 위한 가장 빠르고 유일한 길은 윤석열 재구속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이 연관된 모든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외에도, 해병대원 사망 사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거래’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수사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언제든 필요하면 특검도 가동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관련 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로 특검이 시행되진 않았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있다며 “김건희가 구약 성경을 모두 외운다고 했던 윤석열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도 야당에 들이댄 것과 똑같은 잣대로 기소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처럼 윤 전 대통령도 법정에 세우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양평 땅 가치가 높아지도록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다는 ‘양평 땅 의혹’ 등 11가지를 수사하는 특검법을 지난달 통과시킨 상태다. 도이치모터스 의혹이나 명품백 수수는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내린 상태지만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특검을 통해 재수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 여사 측과 조사를 위한 일정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이 최근 김 여사 측에 “관련 의혹 소명을 위해 검찰청사에서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요구 중이다. 12·3 계엄 때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투표를 의도적으로 막았다며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내란 공범’으로 지목한 상태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탄핵하고 ‘내란 동조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도 민주당에서 이어지고 있다.
검찰을 향해선 심우정 검찰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와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외교부는 “블라인드 채용이라 특혜가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지만, 박창진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년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검찰의 불공정과 특권 의식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혹도 규명해야 하지만, 조기 대선까지 60일 동안 검찰이 딴짓 못 하게 옥죄겠다는 목적도 깔려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에서 집권할 경우 사회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한 적폐 청산이 다시 한번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으로 당시 대선과 정권 초 주도권을 쥐었던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유튜브 방송에서 집권 시 정치 보복 우려에 대해 “지난 일을 따지면 뭐 하나, 미래가 중요하다”면서도 “드러난 명백한 범죄 행위를 봐주지 않는 것이 보복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대선 외에 개헌 같은 다른 이슈는 관심을 두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이 대표에게는 ‘대통령 당선’이 내란 종식의 끝이자 시작 아니겠느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