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회의장 나서는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자 -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했다.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지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 법이 시행될 때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가 진행될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번에 한 대행이 지명한 2명의 재판관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안에는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경우 현직 재판관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없던 일’로 되돌리고, 이달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다음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할 때까지 헌재에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률적으로 논란이 많은 위인설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한덕수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을 출석시켰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처장이 비상계엄 직후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 회동한 것을 거론하며 ‘내란 피의자’라고 공격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오동운 공수처장은 “고발 진정 사건이 제기돼 (이 처장이) 수사 대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안가 저녁 모임은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아무런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대로 다 밝혀져서 종결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 처장의 ‘국민의힘 당적 보유 의혹’도 제기한 데 대해 이 처장은 “저는 어떤 정당에도 가입해 정치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직무 정지’가 아니라 (파면으로 인해) ‘궐위’ 상태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한 대행은 행정부 수반을 대행하는 입장이어서 충분히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에 나설 권한이 있다”고 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이 내란 선동 때문에 해산됐는데 국민의힘도 위헌정당해산심판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 이 처장을 지명한 거 아니냐”고 하자 김 대행은 “거기까지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자 정 위원장은 “아직 해산이 안 됐으니 같이 회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청문회 거부도 검토하고 있다.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