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강호 기자
사진=남강호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6·3 조기 대선 캠페인을 주도할 경선 캠프 인선을 발표했다. 전날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이다. 경선 캠프에는 친명(親明) 색채가 옅은 중도 성향의 의원들이 전진 배치됐다. ‘이재명 일극 민주당’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을 위해 강성 친명계 색채를 띤 인사들을 경선 캠프에선 뒤로 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선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연 뒤 경선 캠프 인선을 공개했다. 선거대책위원장은 5선 윤호중 의원이 맡는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을 치를 때 윤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었다. 윤 의원은 86 운동권 맏형 격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엔 친문(親文) 강경파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던 3선의 한병도 의원과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재선 박수현 의원은 각각 캠프 종합상황실장과 공보단장을 맡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3명 다 친문계 출신으로 이 전 대표가 경선을 통해 당 통합을 이루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라고 했다.

캠프 총괄본부장엔 3선의 강훈식 의원이 임명됐다. 강 의원은 중도 성향으로 친명 색채가 옅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 전 대표는 강 의원 인선을 소개할 때 “제 처가(妻家) 동네인 충청의 인물”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공보단장을 맡은 박수현 의원에 대해서도 “역시 충청 분”이라고 했다. ‘스윙 보터’ 지역으로 꼽히는 충청권 표심을 염두에 두고 경선 캠프를 꾸렸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충남 공주 출신임을 내세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충남에서 득표율 6.12%포인트(p), 충북 5.55%p, 대전 3.11%p 차로 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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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친명계 의원들도 캠프에 합류했다.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7인회’ 멤버인 김영진(3선) 의원은 정무전략본부장을 맡는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 중앙대 후배다. 4선 윤후덕 의원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이 전 대표 비서실장을 한 이해식(재선) 의원은 경선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TV토론단장에는 이소영(재선) 의원이 임명됐다. 이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장하고,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일부 정책 이슈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캠프 대변인은 당 원내대변인을 지낸 강유정(초선) 의원이 맡았다. 이날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강득구·김기표·김우영·이연희 의원 등 일부 친명계 인사도 추가로 캠프에 합류했다.

실제로 캠프 규모도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 슬림해졌다. 이 전 대표는 경기지사를 하다가 경선에 뛰어든 지난 대선 때는 당내 기반이 지금보다 약했다. 이 바람에 원내 현역 의원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리를 나눠주면서 캠프가 비대해졌다는 평을 들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당 장악력이 지난 대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대선 캠페인 기간도 짧아져 캠프를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는 한국갤럽의 4월 2주차(8~10일)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37%를 기록했다. 갤럽 조사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였다. 이 전 대표 선호도는 작년 1~7월은 20%대 초반, 9~12월 초는 20%대 중·후반이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인 작년 12월 3주엔 최고치인 37%를 기록한 뒤 30% 초·중반대로 내려갔다가 이번에 다시 올랐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중도층에서 42%의 선호도가 나왔다. 이 전 대표가 지난 9일 당대표직에서 사퇴하고 10일 영상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