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저녁 상암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첫 TV토론에 참석한 (오른쪽부터)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8일 저녁 상암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첫 TV토론에 참석한 (오른쪽부터)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18일 6·3 대선에서 당선되면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쓰면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들어가는 게 제일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밤 MBC가 주관한 민주당 경선 후보자 첫 토론회에서 “지금 당장 딴 데로 가기도 마땅치 않고 국민 혈세에 대해서 준비할 수도 없다. 집에서 일할 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수도 이전 등) 개헌 문제 등이 걸려 있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세종으로 옮기는 게 종착지”라고 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일단 사용하다가 청와대로 옮기겠다는 뜻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김경수 후보는 “용산 대통령실은 하루도 사용할 수 없다. 사전 협의를 거쳐서 청와대나 정부 종합 청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대통령 취임 바로 다음 날부터 세종에 근무할 수 있다. 세종에는 대통령 제2집무실이 있고 국무회의실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옮긴 현 대통령실 청사를 새 대통령이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80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세 후보 간에 이렇다 할 공방은 없었다.

김동연 후보는 이 후보에게 검찰 개혁과 관련해 “과거에 ‘칼은 죄가 없다’는 발언은 무슨 의도였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제도는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 그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검찰을 폐지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은 아무런 대책이 되지 않는다”며 “효율적인 제도로 바꾸고 운영 주체를 국민이 잘 뽑고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이 후보는 내란 사범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동연 후보가 “불법 내란을 일으키면, 사면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하자, 이 후보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면을 해주면 ‘아, 이렇게 하면 또 용서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도 “정치의 제1과제는 통합이다. 대통령 역할은 찢어진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3년 전 대선 때 이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서 합의한 사안을 언급하며 “그때 5개 약속 중 하나가 개헌이었는데 지키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대통령이 못 돼서 약속을 못 지켰다”며 “분권형 개헌은 지금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헌은 지금 당장 하고 싶지만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김동연 후보는 “대통령 당선이 안 됐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기 어려웠다는 말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금 민주당은 중도 개혁은 몰라도 진보라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보수 진영이 보수 역할을 팽개쳐서 민주당이 보수 역할도 짊어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월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란 자기 발언을 두고 민주당에서 논란이 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민주당은 진보일 수도 있고 보수일 수도 있고, 지금은 보수의 가치라 불리는 성장과 발전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는 “민주당은 진보 정당에 뿌리를 둔 중도 정당으로서 중도 보수까지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진보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의 ‘코로나 대출금’ 문제와 관련해 김경수 후보는 “10년, 20년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코로나로 인한 고통을 다른 나라는 정부가 부담을 했는데, 우리는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시켰다”며 “(빚의) 상당 부분을 탕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감세 얘기를 많이 하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증세까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서 정부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는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는 “적극적인 재정 전략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국민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상 협상 전략과 관련해 “(트럼프는) 광인(狂人) 작전이라 불릴 정도로 과감하다”며 “그분이 던지는 하나의 의제에만 매달리면 당하기 쉽다. 알래스카 LNG나 방위비 등 많은 것을 포괄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동연 후보가 ‘대통령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고 묻자 “즉흥적으로 할 얘기가 아닌 것 같다.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