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옛 상소문 형식을 빌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진인(塵人) 조은산’이 올린 ‘시무 7조’가 공개 전환 나흘 만인 31일 청원 동의 수 4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번엔 조선시대 유생들의 상소인 ‘영남만인소’를 차용해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경상도 백두(白頭) 김모(金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지난 29일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글을 올렸다. 제목만 보면 조은산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과 핵심 인사들을 비꼬는 내용이다.
청원인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수없이 명멸한 이 나라 군왕 중에서 어느 누가 백성에게 돈을 나눠주며 ‘소고기를 사 먹으라’고 은혜를 베풀었나이까”라고 했다. 또 부동산 문제가 논란이 됐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을 언급하면서는 “비록 김의겸은 승지에서 물러났으나 황상폐하의 은덕으로 그의 수중에 돈은 고스란히 남았으니 이 또한 황상폐하의 은공” “승지 김조원은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여 강남의 집 두 채를 온전하게 보존하도록 했으며, 수많은 대소신료들이 모두 똘똘한 강남의 집을 갖고 있어 황상폐하의 은혜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선 “타인을 비난하면서도 스스로는 같은 비행을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일국의 법률도 시대가 바뀌면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실천함으로써 개혁의 기치를 높게 든 것”이라고도 했다. 이 글은 청와대 내부 절차를 거쳐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