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2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국보 제180호)를 지난 9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손창근(91) 선생을 청와대로 초청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손 선생은 2018년 추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서화 30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데 이어 올해는 마지막으로 소장하고 있던 세한도까지 기증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전날 문화재청 주관 ‘2020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에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4년 문화유산 정부 포상이 시작된 이래 금관문화훈장(1등급) 수훈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직원과 차량을 직접 보내 손 선생을 모셔오도록 했다. 손 선생의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 부부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차량이 도착하는 청와대 본관 입구에 직접 마중 나가 손 선생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는 손 선생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거동이 불편한 손 선생은 이날 동행한 며느리 고두연씨의 부축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촬영 후 환담에서 “대를 이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조건없이 국민의 품으로 기증한 모습은 우리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기나긴 겨울을 꿋꿋이 이겨낸 ‘세한도’ 속 소나무와 손창근님의 문화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손 선생의 부친인 고(故) 손세기 선생은 1974년 서강대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한 바 있다. 손창근 선생은 앞서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 1억원을 기부했고, 2012년엔 경기도 용인시 소재 산림 200만평(시가 약 1000억원)을 산림청에 기부하기도 했다. 2017년에도 50억원 상당 건물과 함께 1억원을 KAIST에 기부했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손 선생에게 세한도에 담긴 인장 ‘장무상망(長毋相忘·길이 서로 잊지 말자)’ 글귀를 자수로 새긴 비단천과 손수 만든 곶감, 무릎담요를 선물하며 ‘오래 잊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 선비정신을 담은 문인화의 정수이자,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란 평가를 받는다. 차가운 세월을 그렸다는 뜻으로, 1844년 58세의 추사가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그림이다.
귀양살이하는 자신을 잊지 않고 연경(燕京·지금의 베이징)에서 귀한 책들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로 ‘날이 추워진(歲寒)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도록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글과 함께 그려 보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4일부터 특별기획전 ‘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평안’을 통해 세한도를 일반에 공개했다.
하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전날(8일)부터 18일까지 일단 관람이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