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흑백영상으로 방송되고 있다. 청와대는 "컬러 영상의 1/4 수준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화면을 통해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KBS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가진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에서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IT 등 3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 내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되, 그래도 배출되는 양은 탄소포집 기술 등으로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미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지난달 국무회의와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 등에서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번엔 ‘대국민 선언’ 형식으로 같은 취지의 연설을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연설은 저녁 황금시간대인 오후 7시35분부터 15분간 지상파 3사 등 6개 방송사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영어로 번역돼 해외로도 송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사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문 대통령 임기 중 성과로 못박으려는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2050년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原電) 비중을 대폭 낮추겠다는 ‘탈(脫)원전 정책’에 관해선 이날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열 기를 조기 폐지하는 등 석탄발전을 과감히 감축했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 위기를 언급하며 “한라산 구상나무, 소백산 은방울꽃은 사진으로만 남고, 청개구리 울음소리마저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탄소중립과 관련해선 “제조업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하여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라면서도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면 못해낼 것도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며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K-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됐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하고 있다”며 “‘2050 탄소중립 비전’ 역시 또다시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고 있다. 멈춰있는 탁상시계는 지구 환경의 악화 정도를 시각으로 나타낸 '환경위기시계'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저녁 9시47분에 멈춰있다. /뉴시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기획한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폐플라스틱 활용 원단으로 제작된 넥타이를 맸다. 행사 장소인 대통령 집무실 책상엔 현재 ‘지구환경 위기 시각’인 오후 9시47분을 가리키는 탁상시계가 놓였다.

충남 태안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를 배경으로 한 오프닝 영상은 배우 하지원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문 대통령의 연설 영상은 흑백으로 송출됐다. 청와대는 “컬러 영상의 4분의1 수준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을 통해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연설 중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그래픽도 등장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가수 고(故) 신해철씨가 작사·작곡한 ‘더 늦기 전에’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가사에 지구 환경의 미래를 생각하자는 내용을 담은 ‘더 늦기 전에’는 1992년 제1회 환경보전 슈퍼콘서트 ‘내일은 늦으리’ 주제곡이었다. 작곡가 김형석이 편곡했고, 가수 하현우와 배우 이기우, CBS소년소녀합창단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이날 오프닝 영상 내레이션과 ‘더 늦기 전에’ 가사의 영문 자막은 영화 ‘기생충’ 번역으로 유명한 번역가 달시 파켓이 번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흑백영상으로 방송되고 있다. 청와대는 "컬러 영상의 1/4 수준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화면을 통해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KBS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