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여야(與野) 5당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를 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이번 오찬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오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는 거다. 당초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내세우려고 했지만,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대행이 부동산,탈원전 등 현안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하면서 문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여러번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김기현 대표 대행의 팔 부위를 ‘툭툭’ 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티타임 때 “미국에서 굉장히 예우를 잘해주더라”라고 했는데, 김 대표대행은 “바이든이 원래 상대방 띄워놓고 뒤로 빼간다”고 말을 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거기 진짜 이준석이 되냐”고 거듭 묻기도 했다는 것이 김 대표대행의 전언이다. 김 대표 대행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만하시죠'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다시는 (청와대에)안 부를 것 같아 개의치 않고 더 맹렬히 정부·여당을 성토했다”고 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27일 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표 대행의 발언에 문 대통령이 난처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1야당 대표의 얘기를 외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 대통령 비판에 동조할 수도 없지 않나”라며 “그래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가볍게 어깨를 툭 건드리며 ‘이제 그만하시죠’라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은 “마무리가 잘 됐는데 김 대표 대행이 언론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로서는 굉장히 섭섭했다”며 “대통령과 야당의 대화가 참 어렵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표와의 1대1 회담 가능성과 관련 “(야당이)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쏟아내듯 하면 다음 자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안되지 않나”라고도 했다. 모처럼 문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을 가졌지만, 어제 간담회 이후 다음 식사 약속을 잡기 어렵지 않겠냐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김 대표대행이 선거중립을 요구하며 일부 장관의 교체를 요구할 때는 언짢은 표정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