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두 사람 회동에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초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무 접촉 과정에서 발생한 이견을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일괄 타결해 신구 권력 갈등을 막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문 대통령이 이날 윤 당선인과 빨리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나온 것은 의제 조율 문제로 시간을 끌지 말고 직접 만나서 해결하자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0일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만남을 제안했었다. 이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수석과 장 실장 간 의제 조율 과정에서 문 대통령 임기 중 임명해야 하는 인사를 두고 이견이 불거지면서 회동이 무산됐다.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인사 문제가 쟁점이 됐다고 한다. 특히 현재 공석으로 있는 감사위원 2명 임명 문제를 두고 문 대통령 측이 자신들이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서 윤 당선인 측과 충돌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측은 처음에 감사위원 2명 모두를 자신들이 임명하겠다는 뜻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당선인 측에선 “새 정부에서 임기를 대부분을 보낼 감사위원 인사를 퇴임하는 대통령이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청와대 측에서 감사위원 2명 중 1명을 문 대통령이 인사하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불가(不可)’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법적 인사권은 우리에게 있다” “인사를 할 테면 해보라”며 충돌도 벌어졌다고 한다. 협상 과정을 아는 한 인사는 “한은 총재와 선관위 상임위원 인사는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한은 총재는 이창용 IMF(국제통화기금) 국장, 선관위 상임위원은 여야 합의로 추천된 조병현 선관위원을 임명하는 데 양측 모두에서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양측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직접 만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양측 모두 인사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국민 통합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부담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회동 무산 이후에도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실장은 실무 협의를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다시 회동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회동을 위해)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실무자들끼리 신경전을 하지 말고 일단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풀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고도 지시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며 윤 당선인 측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 추진을 비꼰 것을 질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도 이날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청와대 만남과 관련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국민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에서 현 청와대와 협의를 할 수는 있지만 윤 당선인 뜻이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