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현재 청와대 정책실이 맡고있는 기능을 민관합동위원회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기업인을 포함한 민간 전문가들이 공무원들과 함께 정책 의제를 다루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대통령 비서실 규모는 종전보다 감축할 전망이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민관합동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정부 정책을 다루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기존의 (청와대) 정책실이 담당했던 기능들은 민관합동위로 이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실 산하의 일부 수석실도 축소·폐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이전작업 한창인 국방부 - 이사 업체 직원들이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보안문서를 파쇄하고 사무실 집기를 나르는 등 청사 이전 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6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지출안이 의결됨에 따라 이사 전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전 작업에 착수했다. /국방일보

민관합동위는 실력이 입증된 교수, 기업인, 시민 단체 출신 인사들에게 청와대의 문호를 개방해 국정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민간 영역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함께 국가가 나아가야 할 ‘선 굵은 의제’를 논의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의제별로 몇 가지 민관합동위가 구성된 뒤 안건이 해결되면 다시 해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민관합동위는 분야별 최고의 민간 전문가, 현역 고위 공무원까지 포괄한다. 위원장 또한 의제별로 민관 구분 없이 최고 실력자가 맡게 한다는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전직 장차관도 민관합동위에 포함해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관합동위원들에게는 의결권을 비롯한 실질적인 권한이 부여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청와대가 앞장서서 정책을 추진했던 현 정부와 다르게 가야 한다는 인수위원들의 인식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문재인 청와대’에서 정책실은 부동산, 탈원전, 소득 주도 성장 등을 주도했었다.

인수위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 오바마 정부에서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장, 트럼프 정부로 넘어와서는 국방부 혁신자문위원장을 맡은 사례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간의 유연함을 대통령 비서실에 이식하자는 윤 당선인 구상과도 일치한다. 청와대가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방식의 국정 운영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수위 내부에선 “민관합동위가 새 정부의 인재풀(Pool)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증 문제 등으로 민간인들의 공직 기피 경향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민관합동위가 인재 양성의 산실 기능도 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민관합동위에서 업무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정부 요직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정책실에 경제·사회·일자리 수석을 배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 민관합동위에 기능이 옮겨 간다면 현행 대통령 비서실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일자리수석실은 폐지가 유력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일자리는 결국 민간이 만들고, 정부는 뒤에서 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하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만들어주는 기업인을 업고 다닐 것”이라고 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정책실 산하의 경제·사회수석실 또한 폐지되거나 통폐합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밖에 민정수석실과 제2부속실은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민관합동위 기획 업무를 총괄하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민관합동위가 어떤 어젠다를 맡게 될지 선정하는 단계에 있다”면서 “향후 정책실은 필요 최소한의 업무만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