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첫 공식 일정에 나선 가운데, 김건희 여사는 이날 일정 대부분을 윤 대통령 뒤에 떨어져서 걸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현충원 참배를 위해 서초동 자택에서 나왔다. 이어 30초쯤 뒤 검정 원피스 차림의 김 여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자택 앞의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동안 김 여사는 서너 걸음 뒤에서 걸었다. 김 여사는 주민들에게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서울 국립현충원에서도 김 여사는 윤 대통령 뒤에 머물렀다. 현충문에 들어서기 전에는 윤 대통령보다 반보 가량 떨어져 서 있었다. 현충탑에 헌화, 분향하고 참배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이 거리를 유지했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가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 도착했을 때, 김 여사가 타고 온 경호 차량에서 먼저 내렸다. 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식장에 먼저 발을 올릴 때까지 차량 근처에서 기다렸다.
이날 김 여사가 윤 대통령보다 앞서서 걷는 일은 없었다. 취임식장 무대 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앉을 때 이외에는 나란히 옆에 서 있는 경우도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공개 활동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김 여사가 첫 공식 석상임을 의식해 윤 대통령의 뒤에서 걸은 것이라는 추측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왔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26일 경력 부풀리기 의혹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며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앞으로 안 나가려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의식적으로 뒤에서 걷는다. 너무 조심스럽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 여사의 이같은 모습을 김정숙 여사와 비교하는 글도 있었다. 김정숙 여사는 2019년 9월 6일 라오스 환송식에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서너 걸음 앞서 걸으며 손을 흔들었다. 전용기에 탑승할 때도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보다 앞서는 장면이 포착됐다. 공식 행사에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가고 영부인을 비롯한 수행단은 그 뒤를 따르는 게 일반적 관행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김정숙 여사가 의전 서열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는 “환송식에 나온 학생들과 교사가 환영식 때 나온 이들과 같은 걸 본 김 여사가 이들을 빨리 귀가 시키려는 배려심에 서둘러 걷다가 대통령을 앞서게 된 것”이라며 “앞선 것을 뒤늦게 알고 의장대 앞에서는 다시 문 대통령 뒤에 섰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