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미국보수주의연합(ACU)의 맷 슐랩 공동의장으로, 그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막역하게 조언할 수 있는 인사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윤 대통령이 최근 관저를 찾아온 슐랩 의장을 만나 한국 내 상황 등에 관해 대화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슐랩 의장은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관저를 방문했으며,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탄핵 정국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ACU는 매년 보수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를 개최하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여러 차례 이 행사를 찾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에도 이 행사에서 약 1시간 30분간 연설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슐랩 의장과 그의 아내이자 ACU 공동 의장인 머르시디스 슐랩 의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ACU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상식으로 뭉친 곳”이라고 했다.

맷 슐랩 의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백악관에 들어가 정무국장을 지냈다. 머르시디스 슐랩 의장도 부시 전 대통령 대선 캠프와 백악관에서 일했고,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전략커뮤니케이션국장을 지냈다.

맷 슐랩 의장이 한국의 정치 상황에 관해 윤 대통령에게 어떤 의견을 밝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머르시디스 슐랩 의장은 지난 7일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 강경 보수 성향의 고든 창 변호사를 출연시켜 한국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창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넘은 일이었다”면서도 “야당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있던 권한대행(한덕수 국무총리)을 탄핵했고, 두 번째 권한대행(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탄핵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머르시디스 슐랩 의장은 “중국·북한은 (한국의) 좌파 정당을 지지하는 것 같고, 미국의 동맹인 일본·대만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일이 지정학적 관점에서 (동북아 지역의) 역학 구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 야당이 1차 탄핵소추안에 한·미·일 협력 강화를 문제 삼는 듯한 표현을 넣었던 사실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국에서 비공식 방한이 이어질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1기 대선 캠프 선대본부장도 최근 방한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