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駐日) 대사로 내정된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에서 일본 기자들을 만나 그간 자신의 대일(對日) 발언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강 전 의원이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와 향후 주일 대사 활동을 위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전 의원은 2일 본지 통화에서 “일본에서 나와 관련한 부정확한 기사와 억측이 유포되고 있어 바로잡기 위해 일본 언론에 사실대로 설명한 것”이라면서 “주일 대사로 지명됐다고 태도를 바꿨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강 전 의원은 지난 1일 서울 주재 일본 특파원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었다. 강 전 의원은 2011년 5월 쿠릴 열도 남단 네 섬 중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를 방문해 러시아의 ‘실효 지배’ 등을 언급해 일본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다. 강 전 의원은 “(일본이) 러시아에 (섬을) 빼앗겨 점유됐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 전 의원은 자신의 쿠나시르 방문은 “러시아에 의한 (섬) 점유 상황을 시찰하는 게 목적이었다”고도 말했다.
강 전 의원은 당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자 항의 차원에서 의원 2명과 한국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가 주권을 행사하는 쿠릴 열도의 쿠나시르섬을 방문했다. 이에 당시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은 유감을 표명했다. 자민당 간사장 대행을 지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의원은 국회에서 강 전 의원 등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강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문희상 당시 국회 의장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왕의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선 “일본에서 천황의 존재, 역할에 대해 무지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전 의원은 당시 “일왕이 위안부를 위문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며 문 전 의장을 감쌌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지한 발언’이라며 비판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일왕에 대해 “한국에서는 일왕이라고 말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대사로 부임하면 천황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도 “천황은 정부가 사용하는 명칭”이라는 입장이다.
외교가에선 “정부가 대일 강경 노선에서 최근 유화 정책으로 전면 전환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가 내년 도쿄 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 차기 행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는 점이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 전 의원은 “내년 일본에서 도쿄 올림픽도 있고, 바이든 행정부도 한미일의 원만한 관계를 바라기 때문에 최근 정부의 대일 외교가 급물살을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 일각에선 이러한 정부의 시도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강 전 의원의 내정 소식을 아그레망 전에 먼저 공개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강 내정자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 정부의 인사 발표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도쿄대에서 10년을 공부한 ‘지일파’지만, 일본 정부에선 과거 그의 강경 발언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강 의원에 대한 아그레망은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