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이 미국에서 들여온 스텔스 전투기 F-35A가 수년째 기관포 실탄(實彈) 없이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F-35A는 2018년 1호 출고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여 대가 전력화됐고, 올해 말까지 총 40대가 전력화된다. 이 사업에 세금 8조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나면 실탄을 1발도 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방위사업청과 공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15년 12월 미군과 F-35A 25㎜ 기관포 탄약 구매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실탄이 아닌 교육용 탄약(교탄)만 계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훈련에 쓰이는 교탄은 실탄과 탄두 재질이 달라 목표물을 관통하거나 파괴하기 어렵고 살상력도 떨어진다.
방사청은 “2015년 당시엔 실탄을 우리 공군이 사용할 수 있는지 미군이 인증하지 않아 교탄부터 계약했다”고 했다. 그러나 신 의원은 “해당 인증은 2018년 말 이미 나왔다”고 했다. 방사청은 뒤늦게 미군 측에 실탄 구매 의사를 타진했지만 실제 도입 시기는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이 구매한 교탄 5만5100발도 지난해 5월에야 도입됐다. 2019년 12월 첫 전력화 이후 5개월 동안은 실탄·교탄이 전무한 상태였던 셈이다. 게다가 교탄을 사용하는 사격 훈련마저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아 소모량이 현재까지 ‘0′이라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과 방사청 일각에선 “F-35A는 기관포뿐 아니라 폭탄, 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을 탑재하기 때문에 기관포 실탄이 없다는 게 큰 문제는 아니다”라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F-35A 실탄·교탄 현황 등에 대한 본지 취재에 “전략 자산에 대한 답변은 제한된다”고 했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등 주요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하지만 정작 F-35A 도입 후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첨단 무기 도입에 대해 “무모한 전쟁 광기” “반민족적 범죄 행위”라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북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북한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2018년 3월 F-35A 1호 출고식엔 방위사업청장·공군참모총장이 불참했다. 2019년 3월 인수식엔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전력화 행사엔 공군총장이 참석했지만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불참했다. F-35A 관련 예산도 계속 삭감됐다. 지난해 코로나 2차 추경 당시 2864억원이 삭감됐고 올해 추경에서도 921억원이 날아갔다. 도입비 8조원 중 4.7%인 3785억원이 잘린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F-35A 축하 비행을 감상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공군의 위용에 마음이 든든했다”고 했다. 그러나 신원식 의원은 “북한 협박을 의식한 탓인지 실탄 보급조차 기약 없이 늦어지는 전투기를 보며 국민은 마음이 든든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