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절한 금자씨' 출연 당시(왼쪽) 모습과 최근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데이터베이스 KMDb, UNC 페이스북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배우 이영애의 딸로 출연해 얼굴을 알렸던 아역배우가 16년 만에 깜짝 놀랄만한 의외의 근황을 전했다. 당시 12살의 신예였던 권예영은 영화계를 떠나 군인의 길을 걸었고 현재 미 육군 커스틴 권(28) 중위로 한국 유엔군사령부(UNC)에서 근무 중이다.

UNC는 21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권 중위의 사진을 공개하고 이같은 근황을 전했다. UNC 의장대 선임참모로 근무 중이며 전술 훈련 계획 수립과 실행, 의장대 행사 조율 등이 그의 주요 임무다.

커스틴 권(28) 중위. /UNC 페이스북

권 중위는 2005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연기한 주인공 금자의 딸 제니 역할을 맡았다. 캐스팅 당시 제작진은 ‘어린 시절 호주로 입양돼 한국말을 못 하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사람을 찾았고, 뛰어난 영어 실력에 극 이해도가 높은 권 중위를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한국으로 왔고 여러 광고와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배우의 꿈을 꿨었다. 정식 연기를 펼친 건 ‘친절한 금자씨’가 처음이었다. 똑부러지는 연기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그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차기작을 물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어째서인지 더 이상의 출연작은 없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 한 장면. /한국영상자료원 데이터베이스 KMDb 캡처

군인이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그 이유였다. 권 중위는 작품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진로를 바꿔 육군에 자원입대했다. 그는 UNC 공보팀과 가진 인터뷰에서 “6·25 전쟁이 끝나고 미국에 정착한 조부모님을 보고 자유의 소중함을 배웠다”며 “조부모님께 두 번째 기회를 준 나라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분들이 가졌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군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돌아와 근무하는 것에 대해 “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을 내 집이라고 부른다. 나는 한국의 ‘정’(情) 문화가 좋다”며 “그것이 한국을 돋보이게 하고, 한국과 한국인들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문화의 일부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