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독자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엘샘)’로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에 지난달 30일 성공했다고 국방부가 1일 발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내부 시험에서 총 3차례 요격에 성공하는 검증 절차를 거쳤다. 이후 실시되는 첫 공개 시험에서도 ‘한국형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기대되는 엘샘의 능력이 입증된 것이다. 요격 고도 50~60㎞인 엘샘이 실전 배치되면 현재 사드(40~150㎞)·패트리엇(PAC-3·15~40㎞)·천궁-2(15~20㎞)로 구축된 한미 연합 방공망이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내년이면 엘셈 개발이 완료된다”면서 2025년 양산(量産)에 들어가 3~4년 뒤인 2020년대 후반이면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현국
군이 독자 개발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엘샘)의 발사 모습. 국방부는 내부 시험에서 3차례 요격에 성공한 엘샘이 지난 30일 첫 공개 시험에서도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국방부

요격 시험은 충남 태안군 ADD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이 날아오는 실전 상황을 가정해 실시됐다. 기상 예보, 개발 상황 등을 고려해 계획된 시험이었지만 공교롭게 북한이 지난달 29일 탄도미사일 기술 기반인 군사정찰위성을 쏘겠다고 예고한 바로 다음 날에 요격 시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합동참모본부 및 각군 주요 직위자들이 참관했다.

표적탄은 서해 남부 무인도의 이동식 발사대에서 카운트다운에 따라 발사됐다. 표적탄은 북한이 실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과 거의 동일한 궤적과 고도에 초음속으로 날아갔다. 수분 뒤 서해 중부 해상에 떠 있는 바지선 발사대에서 엘샘의 요격탄이 발사됐다. 명중 요격을 할 수 있을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표적탄과 요격탄은 초음속으로 비행하며 추격전을 벌였다. 이 광경은 열상감지장비(TOD) 화면을 통해 시험 참관 현장으로 생중계됐다. 요격탄의 ‘시커(정밀 추적기)’는 표적탄을 탐지해 추적하는 역할을 했다. 요격탄은 크게 추진기관(1·2단)과 직격 비행체(KV·Kill Vehicle) 등 3단으로 구성돼 있었다.

요격탄은 1단을 분리하더니 2단 분리에 이어 KV를 분리했다. KV는 아슬아슬하게 표적탄을 따라가더니 순식간에 표적탄을 때리며 화염 속으로 사라졌다. 분리됐던 요격탄 2단은 관성에 의해 계속 비행해 표적탄과 KV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화염과 연기 구름 앞으로 나아갔다. ADD는 군사 기밀 보안상 구체적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표적탄은 고도 50㎞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시커와 KV과 같은 성능을 가진 유사 무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독자 개발 중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핵심인 엘샘이 공개 시험에서도 성공한 순간이었다. 비공개 성공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 성공이었다.

참관 현장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마침 이날 아침 북한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입장문을 내고 곧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 한미 전력 자산을 감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었다. 이에 ADD 연구진의 책임감은 더 커졌다고 한다. 정찰위성을 쏘는 데 사용하는 로켓 개발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위성 발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우리의 요격 시험은 ‘성공’이었다.

이종섭 장관은 “실패 가능성이 없지 않았던 시험이었다”면서 “ADD 소장은 며칠 전부터 잠도 못 자고 마음을 졸이며 긴장했다”고 말했다. 박종승 ADD 소장은 “요격해서 맞힌 부분은 표적탄의 추진기관”이라며 “지난 비공개 시험 발사 때 탄두를 맞히니 파편이 너무 많이 생겨서 연구원들이 미리 추진기관을 맞힐 수 있도록 입력값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엘샘 요격탄은 타깃이 되는 미사일의 탄두를 맞힐지 꼬리 부분인 추진 기관을 맞힐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레이더의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2021년 유도탄 기본 비행시험을 시작한 지 2년 만의 쾌거”라고 했다.

이 장관은 “엘샘의 요격고도는 미국 사드에 버금간다”며 “다음 단계인 ‘엘샘-Ⅱ’까지 만들어지면 사드 수준과 똑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북한이 핵 탑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도 엘샘으로 타격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북이 핵 사용을 기도하면 김정은 정권이 종말이 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ADD는 이날 이례적으로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파괴할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KTSSM)의 시험 영상도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KTSSM은 목표한 갱도 진지 표적을 정확히 뚫고 들어갔다.

ADD에 따르면, 엘샘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정점 고도를 찍은 후 하강할 때 고도 50~60㎞에서 요격하는 상층 방어체계에 속하는 무기다. 만약 엘샘이 요격하지 못하는 미사일은 고도 40㎞ 안팎에서 패트리엇(PAC-2/PAC-3) 및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개량형인 천궁-Ⅱ가 요격한다. 군은 이런 다층 방어체계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고 있다. 이 체계가 구축되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상층과 하층에서 다층적으로 요격하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군은 엘샘보다 요격 고도가 높은 고고도 요격 유도탄과 북한의 KN 계열 탄도미사일처럼 변칙 기동하는 활공 단계 미사일을 요격하는 요격 유도탄을 확보하는 L-SAM 개량형 개발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