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육군부사관학교를 방문했을 때 군 안팎에서는 “깜짝 놀랐다” “드문 광경이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방장관이 부사관 학교를 찾은 것은 2011년 김관진 장관 이후 12년 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장관은 전례 없이 부사관 교관, 교육생을 비롯해 여러 직책의 장·단기 복무 중사·하사 등 20여 명을 초청해 애로 사항을 직접 받아 적었다. 병사 복무 단축, 급여 문제 등으로 ‘군의 중추’인 부사관의 지원율은 급락하고 전역률은 급증해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육·해·공 3군(軍) 부사관 지원율은 지난해 ‘4.0대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 5.4대1, 2019년 5.6대1로 5대1 수준을 유지하다 이후 2020년 4.8대1, 2021년 4.4대1, 지난해 4.0대1로 매년 하락했다. 지원율은 최종 선발 인원 대비 지원 인원의 경쟁률을 의미한다. 이 기간 군은 부사관을 연평균 6000~7000명 선발했다. 병사 복무 기간 단축으로 숙련된 부사관의 중요성이 더 커졌지만, 군은 부사관 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부사관에 오려는 사람이 적어졌고, 그만큼 우수 인재 뽑기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계획한 인원 대비 실제 선발 인원을 말하는 선발률도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육해공군은 지난해 중도 탈락, 미응시자 등 도태율을 감안해 총 1만1107명을 선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말 최종 선발 인원은 9211명에 그쳐 선발률이 약 82.9%였다. 전년도보다 7.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특히 3군 중 육군 부사관 선발률이 77.1%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애초 도태율을 계산해 선발 계획 인원을 많이 잡았기 때문에 선발률이 100%가 아니라도 인력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고 했지만, 이 역시 부사관 인기 하락의 단면을 보여준다.

보병 5사단 소속 한 중사는 8일 본지 통화에서 “부사관은 장교보다 병사와 더 밀접하게 근무하는데, 병사의 처우는 대선을 한 번 치를 때마다 비약적으로 나아지는데 부사관은 거의 제자리여서 오히려 병사들이 부사관을 안쓰럽게 보는 듯한 시선도 느낀다”고 했다. 2018년 부사관(하사 1~4호봉) 연봉은 2768만원으로 병사 평균 428만원의 6.5배였는데 올해 2.2배로 줄어들었고, 2025년이면 1.4배로 더 좁혀진다. 복무 기간도 현재 육군의 경우 부사관은 48개월인데 병사는 18개월이다.

전직 합참 주임원사는 “학력이나 전문성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후배 부사관이 많다”면서 “요즘은 병사 상당수가 4년제 대학 출신인데, 부사관은 일찍 군에 들어와 학력을 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사관이 담당 분야의 전문성을 더 발전시키고 유능한 간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군이 부사관에게 교육 기회의 문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