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북한이 최근 휴전선을 따라 장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식별되는 건 장벽이라기보다는 대전차 장애물 비슷한 방벽에 가깝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구조물) 길이가 아직 굉장히 짧다. 더 지켜본 후에 장벽 여부나 대남 절연과 연계성 문제를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이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 북방 한계선 사이 일부 지역에서 구조물을 설치하는 정황을 관측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말 남북 관계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며 ‘반통일(反統一)’ 정책을 천명했기 때문에, 남북 간 국경 장벽 만들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아직 구조물 설치 작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방호·경계 시설인지 휴전선 248㎞를 동서로 잇는 물리적 국경선 구축 작업인지 좀 더 관찰·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장 실장 설명이다.
한국군은 1970년대 후반 북한군 남침에 대비해 군사분계선 이남 2㎞ 지점인 남방한계선상(서부·중부 전선)에 높이 5~6m 콘크리트 장벽을 총 30㎞에 걸쳐 설치해놓았다. 북한은 1990년대 ‘분단의 상징’이라며 이 장벽 철거를 요구, 자기들도 동·서부 전선 여러곳에 장벽 형태의 대전차 방어용 진지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 학생운동권 세력도 북한 주장에 호응해 콘크리트 장벽 제거를 주장했다.
장 실장은 곧 있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서는 “군사 안보도 일부 과거 방식과 비슷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도 한 바 있다”고 했다. 정보 당국은 푸틴 방북을 계기로 북·러 간에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수준에 근접한 조약이 맺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군사·안보 협력이 1961년 ‘조·소 조약’에 근접한 수준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푸틴 방북을 계기로 2000년 양국이 체결한 조약에 명문화된 ‘한반도 평화통일’ 문구가 삭제될 가능성도 정보 당국은 지켜보고 있다. 전방위적 ‘통일 지우기’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러는 2000년 푸틴의 첫 방북 때 체결한 ‘조·러 친선·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을 이번에 갱신하거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이는데, 관건은 새 조약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원칙’ 부분이 어떻게 변경되는지다. 기존 조약 제4조에는 “한반도 분단 상황의 조속한 종식”과 “평화통일, 민족 결속 원칙에 따른 한반도의 통일” 원칙이 명문화돼 있다. 푸틴이 이 문구 삭제에 동의한다면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해 온 러시아의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것이어서 한·러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통일 운동’에 앞장섰던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공동선언 채택 24주년인 15일 단체명을 ‘자주통일평화연대’로 바꾸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