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전투기 등 군용기 11대가 29일 동해 및 남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 진입했다 나갔다고 합참이 밝혔다. 중·러 군용기가 공동으로 카디즈를 침범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합참은 이날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1시 53분까지 중국 군용기 5대와 러시아 군용기 6대가 동해 및 남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다”고 했다. H-6 폭격기 등 중국 전투기·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SU-35 전투기 등이 연합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러 군용기는 동해상 KADIZ에 진입해 제주 남방 이어도 등을 지나 중국 쪽으로 빠져나갔다. 우리 영공 침범은 없었다.
우리 군은 F-15K와 KF-16 등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대응 작전에 나섰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중·러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하기 전부터 다가오는 움직임을 식별해 예의 주시했다”면서 “진입 직후엔 즉각 우리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우발 상황에 대비하는 전술 조치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중·러는 2019년 이후 한반도 주변에서 연평균 1~2차례 연합 공중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이날 훈련 규모는 직전 KADIZ 진입 사례였던 작년 12월보다 두 배(6대→11대) 규모로 커졌고 KADIZ 진입 시간도 17분에서 4시간여로 크게 늘었다. 군은 북한군 파병 등 북·러 커넥션 강화에 이어 중·러 군사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중·러가 연합훈련을 강화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중·러의 추가 훈련 및 KADIZ 재진입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다른 나라 방공식별구역 안에 진입하는 군용기는 미리 통보하는 것이 국제 관행이다. 하지만 중·러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이번에도 중·러는 우리 측에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중국과 러시아 국방 무관에게 유선으로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