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뉴스1

“실탄 지급했습니까?”(의원) “잘 모르겠습니다.”(박안수 육군 참모총장) “포고령은 누가 썼습니까?”(의원) “장관이 줬습니다.”(박안수 총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45년 만에 선포한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를 밝히겠다며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돼 4일 새벽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6시간 동안 비상 권한을 행사한 박안수 총장은 이날 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한 게 거의 없었다. 질문 대부분에 대해 “모르겠습니다”란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현안 질의를 통해 ‘6시간 비상계엄’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하나부터 열까지 진두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장관도 이날 언론에 “계엄군 투입은 대통령님의 계엄 발령에 따라 장관의 명령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란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정작 국회 현안 질의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국회의 출석 요구에 “나와 박안수 총장만 출석하겠다”며 특전사령관·수방사령관·방첩사령관 등 계엄 관련 주요 지휘관들은 출석하지 않게 했다. 그래 놓고 현안 질의 하루 전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고, 윤 대통령이 곧바로 그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국회에 출석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현안 질의를 방송으로 지켜본 군 관계자들은 “참담하다”고 했다. 책임지겠다던 김 전 장관은 비겁하게 사라지고, 대한민국 육군 수장이 아는 게 거의 없는 ‘바지 계엄사령관’ 취급을 받으며 ‘졸속 계엄’을 확인시켜줬다는 얘기였다.

김 전 장관은 사의를 밝히고 나서 한 언론이 심경을 묻자 문자메시지로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는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이는 그가 졸업한 육군사관학교 교정 신조탑에 새겨진 사관생도 신조 제3항이다. 신조 제1항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다’, 제2항은 ‘언제나 명예와 신의 속에서 산다’다. 군 안팎에선 그가 국군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명예와 신의를 약속한 대상이 윤석열 대통령뿐이냐고 수군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고교 1년 후배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해외 도피를 위해 비행기표까지 예매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김 전 장관을 출국 금지시켰다.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장관, 그리고 사표를 수리해 그에게 ‘도주’의 길을 터준 대통령의 ‘브로맨스’를 군인들은 어떻게 바라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