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6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12·3 비상계엄 당시 병력을 지휘한 계엄군 지휘관 3명의 직무를 정지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내란죄 등으로 고발된 방첩·수방·특전사령관 3인방과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 등 현역 군인 10명에 대한 출국 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정작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 총장의 경우 직무 정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 사령관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인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나와 “나는 몰랐다” “장관 지시에 따랐다”며 자신들 책임은 크지 않다는 해명을 했다. 군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파로 군 조직 전체가 망가진 것 같아 참담하다”고 했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이날 오전 특전사령부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박선원 의원을 만났다. 곽 사령관은 ‘참수부대’로 불리는 707특임단을 국회에 진입시킨 인물이다. 그는 김 의원의 유튜브 채널 ‘주블리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된 대화에서 “김 장관이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지만 위법이라 따르지 않았다”며 “(2차 계엄 시) 지시가 하달돼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곽 사령관은 지난 3일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했을 때 상부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김 의원이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제가 판단했을 때 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은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직접 전화해 국회의사당 시설 확보 및 인원 통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설 확보 후 외곽 경계, 뉴스공장이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시설 확보 및 경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비상계엄 중 윤석열 대통령이 한 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707특임단 병력 위치를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울먹이기도 했다.
곽 사령관은 “출동했을 때 정당하지 않은 모습들이 있어서 절대 개인에게 실탄을 주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 지급은 없었지만 탄통에 실탄을 담아 갔다는 것은 시인했다. 곽 사령관은 “돌이켜 보면 당시 (계엄 작전) 지시를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나 군인 된 입장으로 명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도 이날 김병주·박선원 의원과 만나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 사령관은 “YTN 방송을 보고 비상계엄 선포를 알았다”며 “윤 대통령이 자정쯤 전화를 걸어 작전 상황에 대해 물었다”고 했다. 그는 “총기는 차에다 두고 빈 몸으로 내려 임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했다”며 “장갑차 등은 일절 출동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 사령관은 “수방사 장병들의 부모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사과 말씀 드린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비상계엄이 실패하자 핵심 인물들이 자신은 살기 위해 빠르게 야당 의원들을 만나 고해성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이들이 지금처럼 ‘양심고백’에 나섰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직무 정지된 3인의 사령관은 각기 국방부·지상작전사령부·수도군단으로 대기 조치 됐다. 이들에 대한 직무대리는 수도방위사령관에 육군 중장 김호복, 특수전사령관에 육군 소장 박성제, 국군방첩사령관에 육군 소장 이경민을 지정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비상계엄 관련 내란죄 등으로 고발되거나 연루된 현역 군인 10명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긴급출국금지 신청 대상은 내란죄 등으로 고발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을 비롯, 병력을 출동시킨 것으로 확인된 공수여단장(3명) 및 대령 지휘관(3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