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맞은편 도로에서 제707특수전단장 김현태 대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707특임단 병력과 함께 출동한 김현태 707특임단장(대령)은 9일 “707부대원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말했다. 계엄 준비의 핵심으로 추정되는 국군 방첩사령부 소식통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오판해 계엄 명령을 하면 방첩사 요원들이 따를 줄 알았다”며 “다수가 사령관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출동 인원들이 ‘수뇌부가 문제’였다고 앞다퉈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 단장은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전화로 (지휘통제실에 있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을, 사령관이 (저에게) 그대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특전사령관이) ‘의원이 늘고 있다, 150명 넘으면 안 된다, 진입이 되느냐’고 물어서 저는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에 대해 “사령관이 말했고, 김용현 전 장관이 지시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가 아는 범위에서 사령관과 그 이하 모든 사람들은 김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것”이라며 “(김 전 장관이) 많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우리 군 최정예 특수부대 중 하나로 꼽히는 707특임단은 지난 3일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헬기 12대를 나눠 타고 병력 197명이 전개해 국회 본청 및 본회의장 진입 시도를 했다. 김 단장은 “(헬기에서) 내려보니 국회의사당이 너무 컸다”며 “티맵을 켜서 구조를 확인하고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국회 지형조차도 파악 못 한 채로 급파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전투에서 이런 무능한 명령을 내렸다면 전원 사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방첩사 소식통은 “의원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40명 규모 팀이 있었지만 방첩사에서 국회로 이동하는 사이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고, 라면을 먹는 등 고의로 시간을 끌며 소극적으로 임무 수행을 했다”며 “결국 국회 이동팀 중 단 한 명도 국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긴박한 계엄 상황이었지만 위법한 명령이라 보고 항명성 태업을 했다는 것이다.

방첩사 사정에 밝은 군 관계자는 “방첩사는 ‘기무사 해편’을 겪으면서 트라우마가 생겨 법 테두리 내 임무 수행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다”며 “외부에서 보직된 여 사령관이 방첩사는 명령하면 따를 것이라고 오판해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여 사령관은 본인 동선 및 관심 사항들에 관한 행보는 비공개로 철저히 관리해 방첩사에서는 계엄 관련해서는 당일 담화를 통해 알았고 다수 인원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