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상희 전 국방장관은 22일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장관 후보자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며 군축회담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의 핵무장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엔 위협이 안 되고, 한국에는 위협이 남는 형태의 미북 군축 협상을 하려는 것 같다”며 “우리는 트럼프 2기를 주한 미군 철수 감수하고 핵무장 하는 자력 방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육사 26기로 임관 후, 합참 전략본부장, 합참의장, 국방장관(2008~2009년)을 역임한 그는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명예 이사장으로 한미 동맹에 초점을 맞춰 미국과 북한의 동향을 주시해왔다.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을 지낸 인사가 트럼프 2기 출범에 맞춰 한국 핵무장을 주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래픽=양진경

-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을 어떻게 보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집중해 북한과 군축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거나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리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될 상황이 순식간에 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정부는 2023년 한미핵협의그룹(NCG) 결성 등으로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미국의 확장억제는 신기루다. 이게 만능의 보검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미국의 압도적 능력은 인정하나, 유사시 즉각 대응 의지는 신뢰할 수 없다. 특히 트럼프의 거래적 동맹 관계는 주한 미군을 돈 받고 파견하는 용병으로 보는데, 용병이 유사시 검을 들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 장관은 “한국은 두 개의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실패한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목표화해 매달리는 천진함에서 탈출해야 하고, ‘확장억제’가 최선이란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최선책은 무엇인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트럼프 2기는 기회일 수 있다. 영속적 안전 보장을 위해 트럼프와 거래에 나서야 한다. 핵 없는 상태에서 북한 위협에 끌려 가고, 주한 미군을 용병으로 보는 트럼프에게 돈을 바치기보다는 미군 철수 감수하고 핵무장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 없이도 가능한 안보 대책과 핵무장을 추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 연합뉴스

- 트럼프 2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까.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이 7사단 철수시킨 데 이어 카터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전면 철수시키려 하자 핵 능력 갖춰야겠다고 판단했다. 이를 기회로 보고 핵까지 보유하려는 결기를 보였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런 결기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어떻게 핵무장을 해야 하나.

“한국은 미국의 묵인하에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의 비상사태 규정에 따라 NPT를 탈퇴해야 한다. 한미원자력 협정 폐기로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후, 핵실험 안 하고 핵보유국 된 이스라엘 모델을 채택하면 된다. 이때 3NO(NO TEST, NO CLAIM, NO SANCTION) 정책이 필요하다. ①핵실험 하지 않고②핵무장 밝히지 않고③제재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 트럼프가 한국 핵무장에 동의할까.

“우리가 핵무장을 주장하는 상황을 만들었나? 과거엔 동맹의 가치 공유에 의문이 없었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미 전략폭격기 B-1B가 한국에 오면서 돈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런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전략하에 결기 있는 지도자가 트럼프를 설득, 그가 핵무장을 용인하도록 거래해야 한다. ”

-어떻게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나.

“한국 핵무장 시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소규모의 중거리 전술핵무기 정도만 갖추면 된다. 핵무장 후에는 미국과 역할 분담해서 동북아 지역의 중단거리 위협에는 한국이, 장거리 위협에는 미국이 대응할 수 있다.”

-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핵무장 할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경제제재 받을 것을 우려하는데.

“국가 안보는 죽고 사는 생존(生存) 문제고, 경제는 얼마나 잘사느냐는 민생(民生) 문제다. 핵을 포기하고 안보가 망가지면 모든 것이 하룻밤에 무너지는 것을 우크라이나에서도 보고 있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