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의 첫 미사일 도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북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도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해상(수중)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통신은 “발사된 전략 순항 미사일들은 1500㎞의 비행구간을 타원 및 8자형 궤도를 따라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오후 4시쯤 북한이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한 것을 추적·감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시험 발사한 무기는 지난해 1월 두 차례 발사했던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개량형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으로 내륙에서 미사일을 수직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콜드 론치는 압축 기체를 이용해 미사일을 솟구치게 한 뒤 발사체를 점화하는 방식이다. 북한이 순항미사일 콜드 론치 장면을 공개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해상(수중) 대 지상’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만큼 함정(해상)과 잠수함(수중)에서 모두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이나 건조 중인 4000t급 호위함 등 수직발사관을 갖춘 신형 잠수함·함정에 탑재해 지상 전술핵 공격 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쌍매훈련’ 등 이달 들어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을 언급하며 “조선반도와 지역의 안전 환경이 날로 위태해지고 있는 근원은 각종 합동군사연습의 강행을 통한 힘의 우위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에 있다”며 “철두철미 초강경 대응이 미국을 상대하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했다. 미·북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메시지를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