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미수교국인 시리아와 수교를 본격 검토하기로 했다. 북한과 혈맹이었던 아사드 정권이 최근 축출돼 여건이 조성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쿠바에 이어 시리아와의 수교가 성사되면 남북한을 제외한 191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수교를 맺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11일 “김은정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5~7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아스아드 알 샤이바니 과도정부 외교장관 등을 만나 양국 협의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대표단이 시리아를 공식 방문한 것은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표단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아사드 정권 축출 이후 국제사회의 동향과 시리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과도 정부 수립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환영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했다.

알 샤이바니 장관은 ‘시리아의 재건 사업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해줄 바란다’면서 ‘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측과는 관계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북한과는 군사 협력 등 우호적 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아사드 정권은 1966년 북한과 공식 수교했으며, 1967년 중동 전쟁에서 북한군의 도움을 받고 이후에도 탄도미사일, 핵개발 지원을 북한으로부터 받았다.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외교관들은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뒤 전원 탈출해 현재 체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수교를 위한 제반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수교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 샤이바니 장관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시리아로 초청했고, 한국 드라마 얘기를 꺼내며 한국에 대한 개인적 호감도 드러냈다고 한다.
정부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이후 시리아, 쿠바 등과 수교를 추진했으나 북한의 개입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쿠바가 수교에 전격 합의했고, 시리아와도 외교 관계를 정상화할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시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의 여파로 지난 10여 년간 내전을 겪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8일 이슬람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며 정권을 잡았다. 현재 HTS의 지도자인 아흐메드 알 샤라 장군이 시리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 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