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공군 KF-16 전투기 2대가 타격 지점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대지(空對地) MK-82 폭탄 8발은 경기 포천 이동면 노곡리 일대 민가와 인근 군부대 연병장·성당 부근에 떨어졌다. 원래 목표 지점인 승진 과학화 훈련장에서 8㎞ 떨어진 지역이다. 폭탄은 모두 실전용으로 불발탄은 없었다고 군은 밝혔다. 만약 농촌 마을이 아닌 도심에서 오폭 사고가 발생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참사가 발생할 뻔한 것이다. 폭탄이 떨어진 성당은 육군 5군단 성당으로 오폭 몇 시간 전까지 장병 가족 등이 성당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부상자 15명 중 5명이 군인이라고 밝혔는데, 이 중 2명은 성당 인근에서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이날 공군 전투기가 오발한 MK-82 폭탄은 1950년대 개발돼 베트남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된 폭탄이다. 유도 기능이 없는 자유 낙하 폭탄으로 화력은 TNT 120kg 위력에 맞먹는다. TNT 1kg이 수류탄 5발 위력과 비슷한 것과 비교하면, MK-82 1발은 수류탄 600여 발 화력인 셈이다. K-9 자주포의 155mm 고폭탄 1발이 TNT 6.6kg 수준의 위력을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MK-82 1발은 K-9 고폭탄 1발의 18배 수준 위력이다. MK-82 1발의 살상 반경은 축구장 한 면 크기로 알려졌다. 통상 폭탄이 떨어진 자리에는 직경 8m 구덩이(폭파구)가 생긴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살상 반경은 파편과 폭연이 영향을 미치는 반경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MK-82는 건물이나 교량 파괴용으로 주로 쓰는데 이날 폭탄은 건물을 직접 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건물 파편 등에 의한 피해가 적어 그나마 부상자가 15명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날 폭탄을 오폭한 KF-16은 승진 과학화 훈련장 일대에서 열린 한미 연합 ‘통합 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가했다가 사고를 냈다. 공군은 이날 훈련에 F-35A, F-15K, KF-16, FA-50 등 전투기 13대를 투입했다. KF-16은 5대가 군산 기지에서 출발했는데, 2조를 이뤄 3분 간격으로 투입돼 1기당 MK-82를 4발씩 투하하는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먼저 투입된 KF-16 2기에서 폭탄 8발을 “비정상 투하했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군 당국은 “1번기 조종사의 투하 지시에 따라 2번기도 투하를 하는 훈련이었다”며 “1번기의 (타격 지점) 좌표가 잘못 입력된 것이 확인됐고 2번기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했지만 1번기 지시에 따라 오폭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 소식통은 “1번기가 투하 명령을 내리면 2번기는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식”이라고 했다.
전날 진행한 사전 연습 때 KF-16 2대는 정상적으로 승진 훈련장 상공에 도달해 훈련탄을 목표에 정확히 투하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데 같은 목표를 같은 방식으로 타격하는 이날 실사격 훈련 때는 좌표를 잘못 입력해 오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은 보고 있다. 공군 측은 타격 목표 지점 좌표는 조종사에게 정확하게 전달됐는데, 이후 조종사가 잘못된 표적 좌표를 USB에 입력해 전투기에 업로드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승진 훈련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충분히 육안으로 투하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며 “해당 조종사가 전날 사전 훈련을 했던 만큼 육안 확인을 제대로 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훈련 지역 날씨는 구름 없이 쾌청했다고 한다.
공군 조종사들은 전투기 사격 훈련 이륙 전 사무실에서 좌표를 전달받아 USB 등에 입력한 뒤 출격 전 전투기에 업로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는 이어 이륙 전 좌표를 확인하고 폭탄 투하 전에 재확인한다고 한다. 군 당국은 “조종사는 임무 투입 전 타격 목표 지형지물에 대한 브리핑을 받아 숙지하기 때문에 폭탄 투하 전 전자 계기판 정보뿐 아니라 육안으로도 지상 목표물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이런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 주 시작하는 한미 연합 연습 ‘자유의 방패’(FS)를 앞두고 실사격 훈련 중 오폭 사고가 발생하자 군은 당혹해하고 있다. FS와 연계돼 진행된 이날 훈련은 김명수 합참의장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 사령관이 참관했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은 “포천 노곡리 주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이번 사고를 철저히 조사해 문책할 것이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