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11일 “주한 미군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임무는 소위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이라며 “북한이나 외부의 한국 공격의 경우 온몸을 다해서 막아낸 후, 미국이 대규모로 개입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사 대리는 이날 세종연구소(이사장 이용준) 주최 세종포럼에서 현재 2만8500명 수준의 주한 미군 규모가 적정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1기 때 주한 미군 철수론이 대두된 데 이어, 2기 출범 후 임무 전환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 대사가 ‘인계철선’ 을 거론하며 현재 수준의 규모 유지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2003년 4월 리언 러포트 주한 미군 사령관이 “인계철선은 부정적인 용어이고 미 2사단 장병에게는 모욕적인 발언으로 이는 파산한 개념”이라고 한 후, 이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트럼프 2기의 국방 계획을 주도하게 될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는 자신의 저서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주둔 미군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상대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군 자원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해 중국의 부상을 막는 전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주한 미군 임무 전환론을 주장하고 있다.
윤 대사대리는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여론과 관련, “여러 선택지가 있으나 한국이 핵무장 옵션 가운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며 일본 수준으로 핵연료 주기(농축과 재처리 권한)를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보다는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가 “꼭 올 것 같다. 참석이 매우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주석도 “내년 APEC이 중국에서 개최되니 100% 한국에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 세 번째 근무 중인데,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에 비하면 “너무 반미(反美)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커지는 대신 중국에 대해서는 좋지 않다며 “반미와 반중은 제로섬 같다”고 평가했다. 주한 일본 공사가 질문한 한·미·일 3국 동맹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상이한 조약으로 인해 “아이디어는 좋지만 잘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과 관련, “내가 40년 넘게 미 국무부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대외 정책의 큰 변화가 이뤄지는 시기로 미세 조정 수준이 아니라 심각하게 재검토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기존의 미국 입장을 바꾸려는 움직임”이라며 “미국의 바뀐 대외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할지는 각 국가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