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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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엔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미수교국인 시리아와 수교하기로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정부는 시리아 과도정부 측과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짓는 대로 이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려 공식 처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쿠바에 이어 시리아까지 북한의 우방과 잇따라 손을 잡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191개 유엔 회원국(남북한 제외) 모두와 수교한 국가가 됐다. 반면 북한의 수교국은 159국에 머물러 있고, 시리아에서도 공관원을 전원 철수시키는 등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본지에 “시리아 수교는 우리 외교 지평을 넓히는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외교부는 이날 “시리아와 수교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면서 “관련 절차를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정부 대표단의 시리아 방문 결과를 보고받고 수교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에 축출되자, 우리 정부는 지난달 22년 만에 정부 대표단을 시리아에 보내 수교를 타진하고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한국과 시리아의 수교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더 심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시리아는 대표적인 북한의 우방으로 꼽혀왔다. 아사드 정권은 1967년과 1973년 제3·4차 중동전쟁에서 북한 전투기 조종사 파병을 받고 탄도미사일·핵 개발 기술, 화학무기 등도 제공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자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외교관들은 전원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정부 측은 지난달 우리 정부 대표단 측에 “시리아 새 정권은 북한과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성일광 서강대 교수는 “북한의 중남미 거점 쿠바에 이어 중동 거점 시리아까지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북한의 심리적 타격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시리아 수교로 남북을 제외한 유엔 회원국 191국과 모두 수교하게 됐다. 교황청, 쿡제도, 니우에 등 유엔 비회원 3곳을 포함하면 시리아는 한국의 194번째 수교국이 된다. 하지만 북한은 1991년 유엔에 가입할 무렵 수교한 159국에서 수교국을 늘리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수교는 했지만, 여력이 되지 않아 수교국에 북한 공관을 설치하지 못한 경우도 대부분이다.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도 영국, 러시아, 중국 등 소수 국가에 불과하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파병하면서 북한과 수교 관계인 영국 등 유럽국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면서 “북한은 앞으로 러시아에 더 밀착하며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의 여파로 지난 13여 년간 내전을 겪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8일 이슬람 무장 단체 HTS가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며 정권을 잡았다. 현재 HTS 지도자인 아흐마드 알샤라 장군이 시리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