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올린 것은 올 1월로 알려졌다. 그런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 나와 관련 동향을 묻는 의원 질의에 “(미 행정부로부터) 사전 통보받지 않았다”며 “비공식 제보로 받은 것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당시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민감 국가 지정 두 달이 지나도록 동맹국인 미 행정부에서 통보받지도, 사전에 관련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16일 미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 국가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에 추가한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한미 간 에너지·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미 정권 교체기에 국가 이익에 직결된 미 행정부 내 동향 파악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 국가 목록에 추가 지정한 동향은 지난 10일 한겨레가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그런데 이 보도 이후 외교부는 언론의 확인 요청에 “관계 부처에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태열 장관도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미국도 내부적으로 상황이 파악된 다음에 저희에게 의논할 것으로 안다” “일회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이 상황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외교 관리는 “외교부는 주로 미 국무부를 카운터파트로 소통해온 터라 한미 간 정보 협력에 빈틈이 생겼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것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다. 바이든 정부가 임기를 마치기 직전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하면서 이에 대해 동맹국인 한국에 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