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투기·폭격기 등 군용기가 이달 들어 8번이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자 국방부가 러시아 국방무관을 초지해 엄중 항의했다. 20일에는 러시아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 여러대가 울릉도 영공 밖 20km까지 근접해 비행했고, 지난 15일에는 전투기와 폭격기 등 9대가 KADIZ에 진입했다.
국방부는 “러시아 군용기는 사전 통보 없이 20일 수차례 KADIZ에 진입해 우리 군 통신 대응 없이 영공 외곽 약 20㎞까지 근접 비행했다”며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총 8회에 걸쳐 KADIZ를 무단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군용기가 울릉도 북방 영공에 근접하자 와 독도 영공 사이로 진입하자 우리 공군은 전술조치를 위해 출동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니콜라이 마르첸코 주한 러시아 국방무관을 초치해 엄중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러시아 국방무관 초치는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러시아 군용기 9기가 KADIZ에 진입했을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러시아 측과) 교신한 결과 훈련 목적이며 영공 침범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우리 군 교신에 응하지 않으며 영공에 근접해 비행하자 국방부가 무관 초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2·3 계엄과 대통령·총리 연쇄 탄핵 소추 여파로 정부 리더십이 공백인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화하는 경제 압박, 중국의 서해상 무단 철골 구조물 설치에 이어 러시아도 잇달아 군용기를 보내며 한국을 시험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KADIZ 진입은 한미 ‘자유의방패’ 훈련 시작 직후인 지난 11일부터 사실상 매일같이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1기가 진입했을 때는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러시아는 통상 1년에 수십회 정도 KADIZ에 진입해왔다.
하지만 최근처럼 빈도가 급증하고 영공 근접비행까지 감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군 내부 평가다. 양욱 아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의 대응태세를 떠보는 것 같다”며 “북한이 사실상 혈맹 관계인 러시아에 한미연합훈련 견제를 위해 출격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