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과 라이언 도널드 한미연합사 공보실장이 3월 6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2025년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공동 브리핑에서 연합연습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약 10년 만에 수립한 새 연합작전계획(작계 5022)에 북한의 핵 공격 의도를 선제적으로 좌절시키기 위한 ‘핵 지휘 체계 교란 및 요인 제거’ ‘사이버전’ 관련 작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작계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가운데 한반도 유사시 제3국 개입을 방지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의 전면전 남침 때 반격 작전과 관련해 기존에 사용하던 ‘지역 안정’이란 표현 대신 ‘북한 방어 체계 와해’ ‘국경선 확보’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11일 “새 작계는 북한이 핵무기를 발사하기 직전 핵미사일을 물리적으로 타격하는 기존 ‘킬체인’ 개념을 넘어, 사이버전·특수작전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핵 사용 가능성을 무력화하는 방안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런 작계 개념은 북한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일련의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확장형 킬체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작계는 한반도 전시 상황을 가정한 군사 작전 수행 계획으로 한미 양국군의 연합 연습도 이를 토대로 진행된다. 작계 5022는 북한이 2017년 핵무력 완성을 공언한 이후 한미가 합의한 첫 연합 작계다.

◇北의 핵공격 전에, 특수부대가 핵탄두 격납고 먼저 친다

한미 양국군은 북한 핵 대응과 관련해 2015년 수립한 ‘작계 5015’를 수정·보완해 활용하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2022년부터 이를 대폭 수정하는 작계 5022를 수립해왔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9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새로운 연합 작전 계획(OPLAN)에 서명했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능력이 점점 더 고도화하고 있는 안보 환경에 대응해 한미연합사가 무력 충돌 이전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했었다.

양국은 공식적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새 작계에는 한미가 북한 핵 사용 의도가 분명해지면 북한의 핵 공격을 가능케 하는 일련의 네트워크를 파괴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를 위해 사이버전을 통한 명령 체계 및 핵 공격 실행 능력 약화, 지휘 체계 교란, 핵탄두 운송 저지, 현무 미사일 등을 활용한 핵탄두 격납고 파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수단으로 핵 공격을 막는 킬체인에 더해 사이버전 등 비물리적 수단을 통해서도 핵 사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작계의 핵심은 북한 핵 사용 가능성”이라며 “구(舊)작계와 비교했을 때 이에 대한 억제 능력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반영됐다”고 했다. 신작계에 따라 실시됐던 지난달 한미 연합 연습 ‘자유의 방패’ 기간에는 한미 보병이 북한 지하 핵시설을 타격·장악하는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전략 미사일 기지를 시찰하는 모습. 북핵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새 연합 작전 계획(작계 5022)에 북한의 핵 공격 의도를 선제적으로 좌절시키기 위한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다만 새 작계에도 미국의 핵 전략자산 활용 관련 내용은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 전략자산을 통합하는 한미 CNI(핵·재래식 통합)를 강조해 왔지만, 신작계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미 전략자산은 한미연합사가 아닌 미 전략사령부 관할이다 보니 작계에 관련 내용이 직접적으로 반영되기는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은 새 작계와는 별도 채널을 통해 미 전략자산 활용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주장하고 단절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작계 내용도 보다 공세적으로 구체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기존 작계에서는 북한과 전면전 상황이 될 경우 반격·북진 상황에서 ‘지역 안정’과 같은 완곡한 표현을 써왔다”며 “하지만 이번 작계에서는 ‘북한 방어 체계 와해’ ‘국경선 확보’ 같은 구체적 표현으로 대체됐다”고 전했다. 최근 ‘자유의 방패’ 훈련도 평시에서 전시로 이행하는 단계 없이 바로 전시 상황을 가정하고 방어·반격하는 절차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작계에는 북한 대응 전략뿐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제3국 개입을 방지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자유의 방패’ 연합 연습 중 한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바그너 그룹’ 같은 민간군사기업(PMC)이 한반도 유사시에 참전하는 시나리오를 다뤘다고 한다. 작계는 수립 이후로도 양국 협의를 통해 계속 업데이트되는데 향후 한반도 전면전 상황에서 제3국이 개입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새 작계에서도 유사시 한반도에 미군이 수십만 명 규모로 대규모 증원된다는 계획은 유지됐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신작계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해 서명됐다는 점에서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최근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최우선 사안으로 지정하면서 주한 미군의 역할에 변동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작전계획(작계)

군이 수행할 작전 계획을 뜻한다. 전쟁을 대비한 전시 작전계획, 평시 국지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평시 국지도발계획 등 두 가지로 나뉜다. 각 경우에 맞춘 군사력 운용 세부 계획도 짜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