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 조선소 전경. /한화그룹

미국 조선산업과 해군 재건을 위해서는 동맹인 한국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기고문이 미국 유력 싱크탱크의 기관지에 실렸다.

협력을 위한 가장 적합한 파트너로는 한국 대표 조선업체이자 특수선 ‘양강’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꼽았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은 최근 기관지 ‘펙네트’를 통해 박진호 한국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 쓴 ‘미국 조선업이 한국 도움으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With South Korea’s help, can US shipbuilding catch up with China?)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박 위원은 칼럼에서 “미국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미국 조선 산업의 붕괴지만 이는 미국 혼자서는 되돌릴 수 없다”며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 조선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작년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한 모습

그는 미국이 한국과 손잡아야 하는 이유로 중국 해군의 부상과 미국 현지 건조 능력의 후퇴를 꼽았다.

박 위원은 “중국 해군은 2030년까지 미국 해군(290척)을 훨씬 능가하는 435척의 군함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9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내 조선소는 300개가 넘었지만, 현재는 20개 미만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존스법 등 미국 해양 산업과 법률에 대한 종합적인 개편 없이는 한때 세계를 선도했던 미국 조선 역량은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선박을 건조하려고 하지만 이는 현재로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면에서 세계 1위 조선 기술을 확보하고,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에 즉각적인 구제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위원은 지난 10년간 한국이 3천척의 상선과 해군 함정을 건조한 것을 들며 특히 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먼저 그는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 후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해군을 위한 유지·보수·정비(MRO)를 담당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미국 테라파워와 협력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추진 선박을 개발하는 데 최대 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전투 시스템 등 자체 개발 기술로 한국 최초의 완전 전기 추진 구축함 건조를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러한 전례 없는 움직임은 미국 조선업체들은 할 수 없는 미국의 전략적 요구를 보다 효율적이고, 시의적절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은 미국과 한국의 조선업 협력은 중국의 해상활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뿐더러 인도·태평양 지역 내 연합 해군 작전 능력을 조정하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 일본을 포함시켜 새로운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고 봤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지난달 12일 체결했다. 당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HD현대

마지막으로 박 위원은 “70년 동안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었던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 붕괴하는 미국 조선 산업을 시급히 되살리고, 미국 해양 리더십을 유지하는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동시에 한국의 미국 조선업 투자는 공급망 중단과 같은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