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은 지난 18일 발생한 기관총 낙하 사고가 조종사의 오조작에 의한 ‘비상투하’로 발생했다고 21일 밝혔다.

강원도 횡성의 원주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KA-1 공중통제공격기. photo 뉴시스

공군은 “지난 18일 발생한 KA-1 공중통제공격기의 기관총·연료탱크 낙하 사고는 조종사가 히터 풍량을 조절하려다 바로 옆에 있던 ‘비상투하’ 버튼을 잘못 눌러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기계적 결함에 의한 비상투하 사고는 과거에 있었지만 조종사의 오조작에 의한 비상투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공군은 지난달 6일 초유의 ‘조종사의 좌표 오입력으로 인한 민가 오폭’ 사고를 냈는데, 43일만에 역시 초유의 ‘조종사의 오조작에 의한 비상투하 사고’가 또 벌어졌다는 것이다. 공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행 안전과 신뢰 회복을 위한 100일의 약속’ 프로젝트를 22일부터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군은 이날 출입기자들에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조종사 진술 등을 조사한 결과, 사고 원인이 후방석 조종사의 부주의로 확인됐다며 이처럼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당시 야간 모의사격 훈련 중이던 조종사는 바이저(전투기 헬멧의 고글) 위에 야간투시경을 쓰고 있었는데, 후방석 조종사가 히터 바람이 바이저 사이로 들어와 시야에 불편을 느껴 풍량을 조절하려다가 송풍구 바로 위에 위치한 비상투하 버튼을 잘못 눌렀다고 한다.

장동하 공군 서울공보팀장(중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송풍구 바로 위에 투하 버튼이 있고 송풍구는 지름이 약 3.3cm 정도, 비상투하 버튼은 약 3.5cm 정도로 모양과 크기가 유사한 형태고 위치도 비슷하다보니 버튼을 오인해서 비상투하 버튼을 작동한 것으로 지금까지 파악됐다”고 했다. 비상투하 버튼은 오조작을 막기 위해 원통형 덮개가 있지만 덮개 가운데는 뚫려있어 조작이 가능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비상투하는 항공기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한 착륙을 위해 연료탱크와 무장 등 외부장착물들을 모두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절차다. 이에 따라 강원도 평창 상공에서 기관총 1정과 12.7㎜ 실탄 250발이 각각 담긴 기총포드(GunPod) 2개, 외장 연료탱크 2개가 낙하했다. 공군은 기총포드와 실탄 대부분을 수거했고, 실탄 수발과 연료탱크를 찾고 있다. 실탄 500발 중 아직 찾지 못한 5발을 찾고 있다고 공군은 밝혔다. 사고로 중단됐던 비행훈련은 22일 오후부터 재개된다. KA-1은 기본훈련기 KT-1을 개조한 항공기로 공중통제공격기로 불린다. 조종사 2명이 탑승한다.

장 팀장은 “기계적 결함에 의한 비상투하 사고는 과거에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조종사의 오작동에 의한, 오조작에 의한 비상투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사고를 일으킨 후방석 조종사는 870여 비행시간 중 KA-1 기종을 700여 시간 몰았다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은 사고기 조종사는 안전 분야 처분심의위원회에 회부해 문책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사고 대책과 관련해 오조작 예방 대책 마련, 비행운영 혁신 TF 운영, ‘비행 안전과 신뢰 회복을 위한 100일의 약속’ 프로젝트 시행 등을 내세웠다. 공군 관계자는 ‘100일의 약속’과 관련해서는 “내용만 전달을 받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 더 추가 확인해서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