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지난 25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조선중앙TV 뉴시스

북한이 기존 최대 규모 함정(1500t 압록급 호위함)보다 3배 큰 신형 5000t급 구축함을 건조해 물에 띄웠다. 지난달 핵추진 잠수함 건조 모습을 공개한 데 이어 ‘이지스구축함’급 신형함을 공개하며 해군 전력이 질적으로 도약했음을 과시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요격이 어려운 수중·수상에서도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며 한미 방어 체계를 교란하려는 시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의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지난 25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조선중앙TV 뉴시스

26일 북한 관영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남포조선소에서 5000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을 했다고 전했다. 배수량 기준 기존 압록급보다 3배는 더 크고 압록급에는 없는 함대지·함대공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수상함 가운데 처음으로 수직발사대(74개 추정)를 장착한 최현호가 최대 10대에 달하는 KN-23 계열 전술핵탄도미사일과 수십 발의 전술핵 탑재 가능 순항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위상배열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북한판 이지스구축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은 구축함에 대해 “초음속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을 비롯하여 육상 타격 작전 능력을 최대로 강화할 수 있는 무장 체계들이 탑재됐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전술핵 10기 포함 발사대 74개… 김정은 “다음은 핵잠”

북한이 그간 보유하지 못했던 구축함을 건조한 것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핵·미사일 능력을 기반으로 해상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재 개발 중인 핵추진 잠수함까지 전력화가 될 경우, 지상으로부터의 핵 공격에 초점을 맞춘 우리 방어 체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은 이날 최현호를 “해군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한 뒤 “두 번째 신호탄은 핵동력 잠수함 건조 사업”이라고 했다.

이날 진수식에서 김정은과 딸 김주애는 함께 함에 올라 함내를 둘러봤고, 김정은은 배 이름을 따온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 부조(浮彫)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헌화했다. 최현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부친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진수식 연설에서 “우리는 내년도에도 이런 급의 전투 함선들을 건조할 것이며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더 큰 순양함과 각이한 호위함들도 건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원양작전함대를 건설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북한 해군력은 아직까지 우리 군과 큰 격차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한국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 4척 등 구축함 12척을 보유하고 있고, 호위함도 17척 보유하는 등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 해군을 압도하고 있다. 북한은 잠수함 전력에서 우리를 앞서지만 우리 군 대잠 능력도 강화돼 실질적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우리 신형 구축함 도입 계획인 KDDX 사업은 지연되면서 해군력 격차가 차츰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최현호는 위상배열 레이더와 대공·대함·대지 능력까지 갖춘 첫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핵탄두 미사일이 장착된다면 우리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이어 최현호 진수는 우크라이나전 참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군사기술을 이전받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진으로 공개된 위상배열 레이더의 실제 능력 및 전술핵미사일 탑재 가능성 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김정은은 이날 “함선들을 중간계선 해역에서 평시 작전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이날 처음 언급한 ‘중간계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북한의 새로운 해상 경계 주장인지는 확실치 않다. 군 관계자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천명해온 북한이 중·러의 묵인하에 해상 국경선 분쟁화를 노릴 수 있다”며 “서해 기준 현행 NLL과 유사하나 지금보다 남쪽으로 획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간계선의 의미에 대해 “NLL과 같이 해상 경계선을 뜻하는 용어로 보인다”며 “두 국가론 이후 영토 관련 내부 정리가 있어 이것을 반영한 용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지스함

회전형 레이더 대신 위상 배열(AESA) 레이더를 4면에 고정형으로 탑재해 사각(死角) 없이 적 항공기·미사일을 탐지·추격·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함정. 엄밀히는 이를 최초 개발한 미 해군의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배를 말한다. 이지스란 이름은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가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 이름에서 유래했다.